정부가 반도체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한 ‘반도체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간 1조 원의 자금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은행 자체 재원을 통해 금리 수준이 다소 높아 기대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는데, 최근 정부 출자 연계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서 자금 공급도 대폭 늘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조 2500억 원을 시작으로 3년간 17조 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조성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산은이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 특별 프로그램’의 집행 실적은 지난달 14일 기준 1조 3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총 24개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추진 방안’에 따라 같은 해 7월 산은이 선제적으로 출시했다. 글로벌 주요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과 정책금융 지원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비·연구개발(R&D) 투자 자금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
다만 자금을 찾는 수요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부 재정 지원을 연계한 정식 프로그램이 출시되기 전까지 2조 원을 운용한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는데 실제로는 계획의 절반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민간은행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빌려줬지만 산은 자체 재원을 통해 임시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인 까닭에 금리 수준이 낮지 않았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정부 출자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서 자금 공급도 대폭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지난달 24일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총 17조 원 규모로 반도체 저리 대출을 공급하는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 특별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갔다. 대형 종합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반도체 설계·패키징·테스트와 같은 개별 공정 수행 기업까지 전 영역이 대상이며 정부 재정 연계를 통해 국고채 금리 수준(2%대)의 저리로 최대 15년간 대출이 제공된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대출 우대금리(0.1%포인트)를 적용한다.
1차 연도인 올해의 경우 4조 2500억 원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기존 산은 프로그램에서 취급된 대출 건은 요건 만족 시 새 프로그램으로 대환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기존 대출 건 1조 원가량을 제외하면 올해 3조 2000억 원 정도를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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