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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정찰드론 길을 잃다?…GPS 교란으로 추락·되돌아와 폭발 ‘다반사’[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軍정찰드론 ‘헤론’ 전자전 취약성 드러나

GPS 없이 이미지 인식가능 AI 드론 각광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며 공개한 사진(좌)과 국군의날 행사에서 공개된 군 정찰드론.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11월 말 주요 시설 공격을 위해 러시아가 띄운 자폭 드론 상당수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영토로 되돌려 보내는데 성공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러시아가 보내는 자폭 드론을 직접 격추하기 보다는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으로 발사 원점으로 되돌아가 폭발하는 우크라이나의 전자전이 올린 성과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보내는 자폭 드론을 향해 직접 격추 외에 GPS 교란법을 적극 활용했다. GPS 교란법은 자폭 드론이 목표물로 비행하는 과정에서 인공위성에서 수신하는 GPS 신호를 차단하고, 가짜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 군의 가짜 신호를 받은 자폭 드론은 비행경로가 바뀌어 당초 표적에서 벗어난 곳으로 가거나, 러시아로 되돌려 보내서 국경을 맞댄 러시아의 동맹국 벨라루스에서 폭발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발사한 188대의 공격용 드론 중 일부는 격추되고, 절반이 넘는 90대 이상은 위치 혼란 작전으로 분실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자전을 통해 당시 95대의 드론이 진로에서 이탈했고, 5대는 러시아의 주요 동맹국인 벨라루스 영토로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벨라루스 오픈소스 정보 매체 하준 프로젝트는 최소 17대의 샤헤드 드론이 우크라이나에서 벨라루스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그 후 이틀간 샤헤드 드론은 벨라루스 영공에서 3대 더 발견된 것으로 보고됐다.

프랑스 르몽드지도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샤헤드 드론의 위성 좌표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스푸핑’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푸핑은 드론에 잘못된 위치 데이터를 제공해 실제 위치를 혼동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우크라이나는 ‘포크로바’(Pokrova·성모의 보호)라는 명칭이 붙은 GPS 교란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띄운 자폭 드론을 살펴보는 우크라이나군 장교.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을 지낸 발레리 잘루즈니 영국 주재 대사는 이 같은 외신 보도가 나온 후 우크라이나가 ‘포크로바(Pokrova)’라는 GPS 교란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술은 우크라이나 최전선과 여러 지역에서 인공위성에서 수신하는 GPS 신호를 차단하거나 가짜 신호를 보내 잘못된 위치를 알려줘 러시아의 위성 항법을 교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 기술 전문가 데이비드 햄블링은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드론의 항해와 통신을 방해하거나 속일 수 있는 방대한 전자전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개발한 GPS(글로벌 포지셔닝 시스템) 대신 GLONASS(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 시스템)라는 위치 정보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동일하게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포크로바 시스템은 단거리 규모 ‘스푸핑’(GPS 신호를 조작해 미사일과 드론이 엉뚱한 곳으로 위치를 파악하게 하는 기술)과 달리 더 큰 규모로 작동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마스 위팅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전자전 전문가는 “이 시스템은 완벽하게 동기화된 송신기 네트워크가 필요한 고도의 기술”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이미 국가 방공 네트워크에서 레이더를 제어하는 유사한 동기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이 기술에 이미 익숙하다”고 했다.

최신형 드론, 전자전 방어시스템 탑재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처럼 전자전을 펼쳐지면 모든 드론은 작전에 실패하는 것일까.

최신형 드론은 이 같은 전자전을 대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의 주력 자폭 드론인 ‘샤헤드’은 강력한 전자전 방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제 코메타(Kometa)-M 내비게이션 유닛을 탑재해 방해 신호를 식별하고 배제할 수 있고, 백업용 관성 항법 장치도 보유하고 있어 위성 신호가 없을 때도 일정 시간 작동한다.

따라서 샤헤드 드론처럼 전자전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으면 전통적인 전자전으로는 대응하기 쉽지 않다. 다만 변수는 있다.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이 러시아의 샤헤드 드론을 분해하고 연구해 항법 시스템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푸핑 기술은 일반적인 전자전 교란과 달리 감지하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드론이 스푸핑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목표물에서 벗어나거나 되돌아가 폭발할 수 있어 드론 공격을 감행한 적국으로서는 오히려 위협 존재가 될 수 있다.



실제 기존 단거리 스푸핑과 달리 더 큰 규모로 작동하는 우크라이나의 포크로바 시스템이 약 45㎏의 탄두를 장착한 샤헤드-136에게 펼친 전자전에서 효과를 보면서 미국을 비롯해 각국의 군 당국이 주목하고 있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최종 리허설에서 스텔스형상소형드론이 분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최근에는 GPS와 조종신호 교란 등 안티드론 기술을 우회하는 드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전파방해 기술을 우회할 목적으로 GPS 없이 이미지 인식이 가능한 AI를 기반으로 적의 군사 목표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드론도 개발되고 있다.

몇 년 전 국내 연구진이 GPS 신호 교란으로 드론을 다른 장소로 납치해 제거할 수 있는 대테러 안티 드론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군이 운용하는 군단급 이하에서 운용하는 드론이 전자전에 취약한 작전 실패 사례가 최근 발생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 군의 군단급무인정찰기 ‘헤론’(Heron)이 별다른 이유 없이 추락했는데, 사고 원인을 조사해 보니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육군의 무인정찰기 헤론이 지난해 11월 2일 경기도 양주 인근에서 갑자기 추락했다. 무인기 출동 이틀 전인 10월 31일 북한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를 포착하기 위해 헤론을 투입했다.

추락 사실이 보도된 후 우리 군은 “기체 이상으로 추락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무인기정찰기는 북한의 GPS 교란 공격 때문에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단급 드론 ‘헤론’ 北 GPS 교란에 추락


당시 헤론은 고도 600m 상공에서 비행 중이었다. 하지만 북한 GPS 교란으로 오류가 발생해 고도를 3㎞로 인지하고 착륙을 위해 하강하다 그대로 지면과 충돌했다. 북한은 황해북도 개풍 일대에서 GPS 교란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개풍과 추락지점과는 불과 56㎞ 거리다.

헤론은 고도 10㎞ 상공에서 지상 표적을 정찰하는 군단급 중고도 무인정찰기다. 백령도·연평도 등 북 도서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북한의 도발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대 52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 전자 광학 카메라와 레이더가 장착돼 있어 지상 표적을 정밀 감시할 수 있다. 제원은 길이 8.5m, 폭 16.6m, 최대 시속 207㎞에 달한다.

우리 군은 2016년 400억 원을 들여 이스라엘에서 3대를 들여왔다. 헤론 1대 가격은 약 30억 원이다. 사업비 400억 원에는 지상통제체계(GCS) 등의 시설이 포함됐다.

문제는 단순한 북한의 GPS 교란 작전에 우리 군이 자랑하는 정착드론이 추락했다는 사실이다. 헤론에 전자전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냐, 전자전에 대응할 새로운 정찰드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등의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이번 사고로 우리 군의 헤론은 2대만 남게 됐는데 이 가운데 1대도 핵심부품 교체로 해외에서 정비 중이다. 사실상 1대의 헤론으로 서북도서와 수도권 지역 일부만 운용할 수밖에 없어 대북 감시 공백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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