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놓고 분쟁을 벌여온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이 당초 제시한 가격의 절반 수준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였던 어펄마캐피탈은 최근 교보생명 지분 5.33%를 신 회장에게 팔았다. 매각 가격은 주당 19만 8000원이다. 양측이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두고 분쟁을 벌인 지 7년여 만에 합의에 이른 것이다.
어펄마는 2007년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하면서 FI로 참여했다. 2012년까지 교보가 상장을 하지 못하면 어펄마가 보유한 지분을 신 회장에게 되팔 수 있다는 풋옵션 계약이 포함됐다. 기한 내 교보생명이 상장에 실패하자 어펄마는 2018년 주당 39만 7000원에 주식을 사가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가격이 너무 부풀려졌다며 거부했고 이후 국제중재 절차를 밟아왔다.
지분 매각이 결정되면서 어펄마는 중재를 취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펄마캐피탈이 국제중재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전보다 가격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각가가 합의된 만큼 중재 취하를 조만간 신청하는 게 수순”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은 지분 매입 대금 마련에도 나섰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각각 1000억 원씩 총 2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은 다른 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어피니티·IMM프라이빗에쿼티·EQT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과의 분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어피너티는 2018년 주당 41만 원으로 풋옵션을 행사한 후 어팔마캐피탈과 함께 중재 소송을 이어왔다.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되면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 전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은 올해 지주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지만 주주 간 분쟁에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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