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체거래소(ATS)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증권사와 협력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 블랙 먼데이 당시 블루오션 시스템 문제로 6개월째 미국 주식 주간 거래가 중단된 상황에서 경쟁적으로 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하반기께 미국 주간 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제이슨 월러크 브루스ATS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중 한국을 찾아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브루스ATS는 미국 나스닥이 핀테크 업체 에이펙스와 함께 설립한 대체거래소다. 현재 2월 거래 시작을 목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NH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이미 브루스ATS와 접촉해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찾는 것은 브루스ATS뿐만이 아니다. 24익스체인지 공동 창업자인 제이슨 웨즈 사장도 지난달 한국에 방문했다. 웨즈 사장은 증권사들을 만나 24익스체인지는 ATS와 달리 보다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 정규 거래소임을 강조하면서 투자 유치와 거래 제휴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이언 하인드먼 블루오션 CEO도 지난달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최근 한국을 찾아와 재발 방지책 등을 제시했다.
미국 거래소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 것은 지난해 8월 블랙 먼데이 여파로 서학개미의 주간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당시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다른 자산에 투자) 청산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주문이 폭증했고 블루오션 측 시스템 문제로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투자자들은 거래가 취소되면서 손실을 봤고 이에 증권사들은 현재 블루오션과의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기존에는 서학개미가 국내 증권사를 거쳐 미국 ATS인 블루오션을 통해 주간 거래(오전 10시~오후 5시 30분)를 해왔다.
서학개미를 확보할 경우 많은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방문하는 이유로 꼽힌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해 11월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가 블루오션뿐만 아니라 ATS를 다각화하면서 거래 재개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하반기께 주간 거래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여러 ATS와 거래를 맺게 되면 거래의 안전성도 보다 확보될 수 있다. 특정 거래소의 시스템 불안정으로 거래가 정지되더라도 다른 거래소를 통해 주문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루오션을 통해 이뤄지는 주간 거래의 상당 부분은 서학개미가 차지하고 있다”며 “서학개미의 규모가 커진 만큼 ATS의 유치전도 치열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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