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손을 맞잡은 카카오(035720)가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서비스 사용을 금지했다. 오픈AI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딥시크를 배제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차단하고 오픈AI와의 동맹도 강화하려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내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딥시크의 사내 업무 목적 이용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딥시크가 AI 모델의 학습을 위해 사용자의 이름·생년월일뿐만 아니라 키보드 패턴, 오디오 등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하자 내부 기밀 유출 방지 등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카카오가 오픈AI와 동맹 전선을 구축한 점 역시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카카오는 오픈AI와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한다. 이달 4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카카오 AI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여해 “장기적 관점에서 카카오를 좋아하고 AI 비전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AI가 독주하던 AI 시장에 딥시크가 등장하며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카카오가 오픈AI의 편에 서는 모습”이라며 “카카오가 오픈AI의 ‘챗GPT’ 등을 새 AI 서비스 ‘카나나’에 붙이는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외에도 원자력 발전 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송전 설비 정비 공기업인 한전KPS가 최근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다. 국내 공공 분야에서는 최초다.
고성능 AI 모델을 둘러싼 경계와 경쟁, 협력 분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는 상황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오픈AI는 소프트뱅크와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로 초대형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편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전선 구축에 나섰다. 실제로 한국을 찾은 올트먼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그룹 회장을 만나 오픈AI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SK를 주축으로 ‘한미일 AI 동맹’이 성사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인해전술로 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우선 중국 정부가 14억 명에 달하는 자국 인구의 개인정보를 중국 기업들이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가운데 연구개발(R&D) 비용 지원, 세제 혜택 등의 공격적인 정책도 펼치고 있다. 이에 알리바바·텐센트·딥시크 등 중국 AI 기업들은 한데 뭉쳐 미국에 반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가다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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