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US 여자오픈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을 했을 때도, 지난해 11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통산 2승째를 달성했을 때도 김아림(30·메디힐)은 자신의 우승이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과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희망과 에너지가 스스로에게 향했다. 별명인 ‘스마일 퀸’다운 긍정 에너지와 장타력을 앞세워 2025시즌 개막전부터 트로피를 안고 방긋 웃은 것이다.
김아림은 3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장(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적어낸 그는 2위 넬리 코르다(미국·18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1~4라운드 내내 선두)으로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약 4억 3000만 원)다.
최근 2년간 LPGA 투어 우승이 있는 선수만 출전해 컷 없이 우승을 다투는 ‘왕중왕전’ 성격의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9년 지은희 이후 올해 김아림이 6년 만이다.
최근 메디힐을 새 후원사로 맞이한 김아림은 새 시즌 첫 대회부터 날아올랐다. 이날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그는 평균 거리 287야드의 장타와 그린 적중률 88.9%(16/18)의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앞세워 타수를 줄여 나갔다. 특히 지난해 7승을 몰아친 세계 랭킹 1위 코르다의 막판 추격을 잠재운 후반 4개 홀이 하이라이트였다.
앞 조에서 경기한 코르다는 이날 7타를 줄인 가운데 15번 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가 됐다. 그러나 김아림은 같은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이어진 16번 홀(파4)에서 5m 넘는 버디 퍼트를 넣고 2타 차를 만들었다. 18번 홀(파5)에서 코르다가 다시 버디를 낚아 1타 차로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그는 마지막 홀에서 약 7.5m 버디 퍼트를 떨군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김아림은 위기 상황에서도 즐기며 우승을 따냈다. 경기 후 그는 “코르다의 스코어를 봤고 즐기면서 쳤다. ‘나도 버디를 만들면 되지’라는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또 그는 이번 대회에서 구질 변화를 줬다면서 “그동안 드로(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구질)를 주로 쳤는데 130야드 안쪽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고 판단해서 비시즌 동안 페이드(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구질)를 구사하는 방향으로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고진영은 이민지(호주)와 함께 공동 4위(14언더파), 김효주는 공동 10위(8언더파)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 선수들은 개막 후 16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을 신고하고 합작 3승에 그치며 부진했다. 그런데 올해는 개막전부터 우승을 포함해 3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군단의 달라질 2025시즌을 예고했다.
‘디펜딩 챔피언’ 리디아 고는 단독 6위(13언더파), LPGA 투어 데뷔전을 앞둔 윤이나의 유력한 신인상 경쟁자인 다케다 리오(일본)는 단독 8위(11언더파)다. 윤이나는 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파운더스컵에서 데뷔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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