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투자의 창] 기업 경영과는 다른 투자만의 특성

■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일반적으로 기업은 신생·성장·성숙·쇠락의 4단계를 거친다. 기업이 이를 거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단명하는 경우는 핵심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급작스러운 폐업 상황을 맞이할 때 발생한다.

신생 단계에서는 큰 시장을 향한 원대한 꿈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고 사업 기반을 잘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재무적 요소, 즉 숫자는 이 단계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후 본격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면 비로소 비용과 수익성 같은 숫자에 초점이 맞춰진다. 아울러 경쟁사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확장성 역시 중요해진다. 그다음 큰 성장을 하기 어려운 성숙 단계로 넘어가면 진입 장벽과 경쟁 우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 된다.

기업 발전 단계마다 경영자가 갖춰야 할 자질도 다르다.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일군 상당수의 창업자가 최고 경영책임자(CEO)로는 변화하지 못한다. 반대로 안정적인 기업의 CEO들이 스타트업에서는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애플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스티브 잡스가 1985년 경영 일선에서 쫓겨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흔히 투자자들은 기업 경영과 투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투자는 상황에 따라 핵심 요소가 변하는 기업 경영과는 다르다. 주가는 ‘꿈을 먹고 사는 생물’이다 보니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 관심이 많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스토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 경제 상황이 지속해서 불안정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소셜미디어(SNS)의 성장까지 더해져 매력적인 스토리의 파급력이 더욱 커졌다. 갈수록 투자자들이 좋은 스토리에 강하게 집착하게 되는 이유다.



또 단기 주가는 고도의 심리 게임에서 방향성이 결정된다. 주식투자의 격언 중 하나인 ‘미인 투표’라는 개념이 ‘어느 주식이 우월할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느 주식을 더 우월하다고 판단할 지’를 예상하라는 게 바로 이런 의미다. 따라서 모멘텀이 강한 쪽으로의 쏠림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위 사항들을 모두 고려해도 지금은 좀 극단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지금 증시는 모든 투자자가 압도적인 한 가지 성장 이야기로만 몰려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그 이야기는 바로 ‘절대 강자인 미국과 그 행동대장들인 거대기술기업(빅테크)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장악한다’는 내용이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나 상황이 있다고 해서 그 방향으로만 역사가 진행되고 아무런 반작용이 없었다면 세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특정 세력에 장악돼 전지전능한 권력 아래 놓여 있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실제의 역사는 반작용에 의해 압도적 존재의 영향력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매우 축소되는 과정이 반복돼 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각종 악재에 눌려 있는 우리 증시는 올해 강한 반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증시의 급등기에 정작 내부적으로는 자국 주식에 대한 극단적인 비관론을 버리지 못했던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등잔 밑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 보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빅테크, #쏠림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