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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LED’도 치고 나가는 中…잇딴 양산 선언에도 한국은 無

◆中 BOE '꿈의 디스플레이' 양산 돌입

정부 지원 힘입어 LED 강국 성장

수직 계열화에 합작투자도 '활발'

韓, 경쟁우위 밀리면 복구 불가능

국가 자금지원·공공 수요 늘려야

삼성전자 모델이 지난해 출시된 국내 최대 크기의 114형 마이크로 LED TV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중국과 대만 디스플레이 업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특화 디스플레이로 통하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과거 액정표시장치(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우 한국이 먼저 시장을 개척한 뒤 중국이 추격하는 양상이었는데 이제는 중국이 먼저 생태계를 구축해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 것이다.

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화권 패널 업체들이 연달아 마이크로 LED 초기 양산에 돌입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패널 업체 BOE는 LED 제조 업체 HC세미텍을 인수해 신공장을 지었고 지난해 말부터 6인치 웨이퍼 기반 마이크로 LED 생산을 시작했다. 대만에서는 AUO가 올해 생산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1조 5000억 원을 투자해 LCD 공장을 마이크로 LED 패널용으로 개조하고 있다. 애플의 최대 협력 업체인 폭스콘도 올해 마이크로 LED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마이크로 LED는 픽셀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인 초소형 LED 소자를 뜻한다. OLED 대비 명암비와 색 표현이 뛰어나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OLED를 이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제품군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마이크로 LED 공급망에서 국내 업체들이 사실상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 등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를 만드는 국내 기업들은 패널과 LED 소자를 중화권 기업에서 매입해 쓰고 있다.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가 웨어러블용 마이크로 LED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대량 양산이 아닌 연구개발(R&D) 단계다.

이동욱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중국은 일찌감치 LED 칩부터 시작해 패널 제조까지 연결되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며 “이대로라면 새로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AI시대 '킬러 패널'인데…"中 민관 원팀에 시장 내줄판"


BOE가 지난해 선보인 차량용 마이크로 LED 콕핏. 사진제공=BOE


디스플레이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에서 중화권 기업에 우위를 내주면 추격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경우 국내 기업이 기술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중국이 후발 주자로서 공격적으로 생산 시설을 확장해 점유율을 뺏어가는 형태였다.



반면 마이크로 LED의 경우 이미 LED 패널 제조의 기본인 소자나 구동 부품 생태계를 중화권 기업이 장악하고 있어 한 번 뒤지면 경쟁력 복구가 영구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 마이크로 LED가 초대형 TV부터 확장현실 기기와 웨어러블 등 주요 AI 제품의 ‘킬러 패널’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는 치명타다. 이러한 기기들은 TV 등과 달리 야외에서도 사용되기 때문에 번인 부작용이 덜한 신기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한때 국내 대기업들이 LED 산업에 대대적 투자를 집행했던 때도 있었다. 2008년만 해도 정부 주도 LED 산업발전전략이 발표되는 등 민관이 함께 투자를 추진했지만 2011년 LED 산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완제품 시장이 중소기업 위주로 개편됐다. 소자와 부품을 개발하는 업체들로서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 사라진 셈이다.



그나마 LED 제품을 만드는 대기업들도 가격 우위를 지닌 중국산 부품 채용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산업 생태계는 빠르게 악화했다. 그나마 반도체 부문 산하에서 사업을 지속하고 있던 삼성전자도 지난해 LED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인력을 재배치했다. 조명용 LED칩보다 훨씬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디스플레이용 LED칩 개발 여력이 없어진 셈이다. 현재 16조 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LED 시장에서 국내 생산능력은 4%가량에 불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2018년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제품을 내놓는 등 초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완제품 시장이 열리기는 했지만 소자나 부품 공급망은 국내에 거의 없다시피하다”며 “국내 소재·부품 기업도 연구개발(R&D)은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양산성과 높은 비용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명용 LED 사업에서 후발 주자였던 중국은 2010년대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LED 소자 생산능력 70%를 보유한 LED 강국으로 올라섰다. 대만의 경우 LCD 사업에서 한국과 중국에 밀려난 후 OLED 상용화에 실패했고 이 영향으로 일찌감치 마이크로 LED 산업 투자에 집중했다.

대만 AUO의 마이크로 LED 제품군. 사진제공=AUO


이를 기반으로 2020년대 양국의 마이크로 LED 산업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BOE는 LED 소자 기업 HC세미텍을 인수하며 수직 계열화를 시도했고 산안광전을 비롯한 소자 기업과 패널-완제품 업체로 이어지는 삼각 협업 체계도 구축했다. 대만은 패널 제조사 AUO와 폭스콘을 중심으로 자체 생태계를 이뤘다. 플레이나이트라이드 등 대표 소자 기업도 끼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 지급뿐 아니라 R&D와 양산에 직접 참여한 사례도 있다. 예컨대 지난해 말 중국 청두에 6000억 원 규모의 마이크로 LED 양산 라인 가동을 시작한 청두천현광전유한공사는 청두 하이테크 투자그룹 유한회사 등 3개의 국유기업과 1개의 민간기업(비전옥스)의 합작사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 LED 시장이 빠르게 커진다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와 OLED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위기에 처한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마이크로 LED 패널 출하량에 대해 올해는 20만 대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249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로 LED 협회는 최근 발간한 2025년 산업 연간 보고서에서 올해 마이크로 LED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과 확장 현실 시장에 진입하고 2031년부터는 대량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원천 기술 연구에 자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우리 정부가 국가전략기술에 마이크로LED 에피·전사·접합 소재를 포함하며 기술 지원에 물꼬가 트인 상황이다. 시장을 당장 구축하기 어렵다면 중소 마이크로 LED 소재·부품 기업들의 테스트베드(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공 수요를 늘리는 방법 등도 제시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기는 하지만 최소한 기술만큼은 국내 기업이 우위를 점해야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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