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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도 하는데 우리도 할 수 있다" 전동화 시대 연 하이브리드 엔진

[다시, KOREA 미러클]

◆한국기업 1위 순간 ① 현대차그룹

직병렬 시스템 만든 日 다수 특허로 개발 막아

기술난제·수익성 등 뚫고 병렬형 구조로 기술독립

현대차 'EV기술'의 토대 차세대 HEV 실물도 첫선

문상훈 현대자동차 전동화구동설계실장이 지난달 23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차세대 하이브리드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도요타도 하이브리드차를 만드는데 우리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정몽구 전 현대차그룹 회장의 일성으로 2004년 현대차 남양연구소에는 ‘하이브리드 개발실’이 신설됐다. 모여든 연구원만 33명. 현대차에서는 이들을 ‘독립투사’라고 표현했다. 당시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연구원들은 “모두가 인생을 걸고 매달렸다”고 회고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문상훈 현대자동차 전동화구동실장은 당시 개발 상황에 대해 “하이브리드에 대한 정 회장님의 의지가 엄청나게 강했다”고 말했다.

알파 엔진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 독립을 하던 1990년 초. 세계 자동차 시장은 독자 엔진 하나로 대응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990년 미국의 걸프전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았고 시대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자동차 산업의 요람이던 유럽과 미국에서 커지기 시작했다.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에 순차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했다. 친환경 차 시장을 싹 틔운 기후변화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는 친환경 차 시대가 온다는 것을 알렸다.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화됐고 2005년부터 자동차의 배출가스 규제가 예고됐다. 현대차가 엔진 개발로 추격하고 있던 일본 업체들은 여지없이 더 빨리 갔다.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던 1997년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차량 프리우스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도요타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게 자사의 직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다수의 특허를 걸었다. 결국 현대차는 알파 엔진 프로젝트처럼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이번에도 내부의 불신을 맞닥뜨렸다. “일본이나 독일에 가서 기술이나 배워서 오라”는 자조감이 팽배했다. 현대차는 1995년 제1회 서울모터쇼에 프로 엑센트를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FGV-1’을 내놓을 정도로 하이브리드차 양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2000년에는 베르나 하이브리드, 2004년에는 클릭 하이브리드를 한정 생산하기도 했다.

문제는 효율과 양산 능력이었다. 문 실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도요타가 100가지 정도의 시스템을 쫙 나열해 놓고 수년간의 검토를 거쳐 가장 좋은 시스템을 내놓았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일본 업체들은 당시 유럽 업체들보다 전력 변환 기술이 상당히 뛰어났고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이브리드라고 판단하고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특허를 피해 성능은 필적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는데 기술력은 부족했다. 문 실장은 “2004년 클릭 하이브리드를 만들 때만 해도 (모터·인버터 등) 파워일렉트릭(PE) 시스템을 해외 업체에서 공급받아 사용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기술적 난제와 양산 능력, 수익성의 함수에 갇힌 현대차는 2006년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을 위해 선택의 길에 놓이게 됐다. 미쓰비시에서 엔진과 변속기 기술을 받아왔던 것처럼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들어갈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느냐, 자체 개발하느냐였다. 실제로 유럽 업체들이 공동 개발을 타진해오기도 했다.

현대차의 선택은 독자 개발이었다. 고안한 시스템은 도요타와 달리 ‘엔진-엔진클러치-구동모터-변속기’로 구성돼 클러치를 통해 엔진과 모터가 상황에 따라 구동하는 병렬형 구조다. 두 개의 모터에 유성기어 형태의 파워스플릿디바이스(PSD)를 사용하는 도요타의 직병렬형 구조보다 간결해 양산에 성공한다면 제조 경쟁력도 더 높았다.



문 실장은 “당시에는 진짜 이것을 양산할 수 있을까, 엔진과 모터 사이를 오가는 클러치가 얼마나 부드럽게 붙을 수 있을까가 핵심이었다”며 “개발 초기만 해도 클러치를 설계 및 튜닝하시는 분들이 어마어마하게 고생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11년 5월 세계 최초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기아는 K5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공인 연비가 1ℓ당 21㎞, 당시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19.7㎞/ℓ)보다 연비에서 앞섰다.

하이브리드차 기술 독립은 현대차그룹을 세계 3위의 완성차 기업으로 위상을 끌어올렸다. 온실가스 감축 규제 대응 기술로 각광받았던 유럽의 클린 디젤 엔진들은 2015년 배기가스 조작 사건인 ‘디젤 게이트’에 휩싸이며 몰락했고 친환경차 시장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로 재편됐다. 2011년 국내 1만 6000대, 해외 1만 5000대 수준이던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는 디젤 게이트 이후 급격히 성장해 2024년 전체의 10%가 넘는 73만여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문 실장은 남양연구소에서 현대차그룹이 올해 세계에 출시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의 실물을 본지에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기존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와 변속기가 하나의 세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배기량이 큰 가로 배치 엔진과 함께 엔진룸에 넣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날 확인한 TMED-Ⅱ의 크기는 외부에 있던 발전기가 시스템 안으로 들어왔지만 크기는 기존의 8단 변속기 크기 수준으로 작아졌다. 이 때문에 고배기량 엔진과도 매칭이 가능하다. 문 실장은 “이제는 엔진과 클러치가 붙을 때 이질감이 거의 안 느껴질 것”이라며 “축적된 노하우가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기술은) 저희가 감히 세계 최고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은 험로였다. 1997년 도요타의 1세대 프리우스가 나온 뒤 28년,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한 지 약 20년 만에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적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로 인해 전기차(EV) 기술 발전의 기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독자 개발은 기술과 경험의 축적을 낳고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현대차의 EV 기술의 기초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판매 2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문 실장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동력 부품까지 다 고려해 직접 개발한 모터 시스템들이 들어가 있다”며 “PE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가 전기차에도 쌓였고 전기차에서 우리가 선도적인 지위를 차지해야겠다는 방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상훈 현대자동차 전동화구동설계실장이 지난달 23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차세대 하이브리드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에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독자 엔진과 변속기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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