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천국제공항은 붐벼도 너무 붐빈다. 기자가 직접 경험한 바도 그랬다. 출국을 위해 두 시간 여유를 두고 도착했어도 간신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새벽인데도 그랬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을 듯하다.
흥미로운 것은 12·3 계엄 이후 관광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과 어긋났다는 점이다. 적어도 아웃바운드(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 시장은 그랬다. ‘계엄은 딴 나라 이야기’라든지 아니면 ‘계엄 때문에 다른 나라로 가야’ 한다는 뜻도 담겨있다. 물론 인바운드(방한 외국인 관광) 시장은 당연히 위축됐다. 서울 사대문 안에서 다니는 외국인은 확실히 줄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31일 발표했던 한국관광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을 찾은 외래(외국인) 관광객은 127만명에 그쳤다. 한국 관광의 정상화 수준을 평가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87% 수준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외래 관광객 숫자는 136만명으로 2019년 동월의 93% 수준이었다. 12월은 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12·3 계엄 사태의 여파가 분명하다. 때문에 지난해 외래 관광객은 총 1637만명에 그치면서 2019년(1750만명) 대비 94%에 불과했다.
그러면 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 수준은 어떨까.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민의 해외 관광객은 272만명으로, 2019년 동월 대비 116%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 239만명으로, 2019년 동월 대비 114%였었다. 12·3 계엄이 우리 국민의 해외 여행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덕분에 지난해 우리 국민 해외관광객은 2869만명으로, 2019년(2871만명) 대비 거의 100%를 회복했다.
한국의 관광 경쟁력은 중요한 경쟁 상대인 일본에 뒤진다. 일단 숫자로 보면 그렇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3687만명의 외래 관광객을 받았는데 이는 2019년(3188만명)보다 15.6%가 증가한 것이다. 희한하게 일본국민 해외관광객은 지난해 1301만명에 그치면서 2019년(2008만명)보다 무려 35.2%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대규모 관광 흑자, 한국은 관광 적자다. 덧붙여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82만명인 반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322만명에 불과했다. 한일 간에도 한국이 관광 적자다.
물론 다른 각도도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 수치는 일본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의 44% 수준이었다. 이것은 한국 인구(5122만명, 지난해 12월말 기준)과 일본 인구(1억2052만명, 지난해 8월말 기준)의 비율인 43%와 비슷하다. 특히 외래 관광객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는 한국(남한) 면적(10.0만㎢)과 일본 면적(37.8만㎢)의 26%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다.
즉 한국의 외래 관광객 유치 실력이 일본에 비해서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국민의 해외 관광객에서는 차이가 많이 난다. 한국인들이 일본인보다 해외 여행을 훨씬 많이 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일본인이 과거 버블 시대에 해외 여행을 많이 다녀와서 이제는 바다를 건널 생각을 안 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별로 신빙성은 없다.
즉 한국관광 시장의 경쟁력을 높여 우리 국민들이 국내에서 안정감을 찾고 소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계엄 여파도 빨리 해소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를 길게 했다. 관광 담당인 문화체육관광부 뿐만 아니라 정부 전체와 지방자치단체, 여행업계가 함께 힘써야 할 일이다. 물론 해외여행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각자의 견문을 넓힐 수 있고, 특히 아웃바운드로 수익을 올리는 여행업계 규모도 작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내 관광 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당위는 바뀌지 않는다. 당연히 우리 국민의 해외관광보다 국내관광이 훨씬 많은 부가가치를 우리 땅에 남긴다. 국민 해외관광 몰이가 더 돈이 된다는 일부 여행사나 TV여행 프로그램, 언론계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