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深度求索)의 AI 모델에 대한 검열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대만의 한 IT 전문가가 딥시크로부터 ‘톈안먼(천안문) 사태’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얻어내 화제다.
1일 대만 중앙통신사(CNA)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탕펑(오드리 탕·44) 전 대만 디지털발전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989년 6월 4일 톈안먼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던져 딥시크로부터 받아낸 답변을 공개했다. 탕 전 장관은 대만의 ‘천재 해커’이자 ‘트랜스젠더 장관’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탕 전 장관이 캡처해 공개한 화면에서 딥시크는 “베이징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부패에 반대해 개혁을 요구하며 톈안먼 광장에 집결했고 무장 군부대의 진압으로 대량 살상이 초래됐다”면서 “이 날(1989년 6월 4일)은 중국 근대사의 흑역사였으며 이 날의 비극은 국제 사회에서도 큰 관심과 비난을 불러일으켰다”고 답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관영 매체에서 언급하지 않고 학교 교육에서도 다뤄지지 않는다”며 “이 같은 ‘기억의 봉쇄’는 사람들이 그 역사를 이해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탕 전 장관은 “검열을 우회해 딥시크로부터 답변을 얻어낼 수 있다”며 자신이 시도한 방법도 함께 공개했다.
그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컴퓨터에 내려받아 오프라인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LM 스튜디오’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자신의 애플 맥 컴퓨터에 딥시크를 내려받았다.
탕 전 장관은 딥시크를 오프라인 상태에서 구동한 뒤 민감한 질문을 던질 때 먼저 커맨드 키(⌘)와 U 키를 조합한 단축키 ‘⌘U’를 입력하고 사고 과정과 질문의 접두사를 입력했다. 이어 화살표(→)를 입력해 질문을 생성하며 검열을 우회했다고 설명했다.
탕 전 장관은 “질문에 붙는 단어가 답변의 성격을 결정한다”고도 밝혔다.
예를 들어 ‘톈안먼 사건’이라는 질문에는 “당시의 긴장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조치가 필요했다”는 당국의 검열을 의식한 듯한 답변이 돌아왔다.
반면 반면 ‘톈안먼 항쟁’이라고 질문하면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대량의 인명 살상이 초래됐다”고 답했다. 또 ‘톈안문 참사’라는 질문에는 “대규모 군부대와 무장 경찰이 비무장 민중을 상대로 유혈 진압을 벌였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편 대만 정부는 각 부처·기관에 중국 딥시크 이용 '금지령'을 내렸다.
대만 디지털부는 전날 공공부문 근로자들에게 딥시크의 AI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중국 정부로 데이터가 유출돼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디지털부는 성명에서 "딥시크 AI는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이자 서비스로 국경 간 (데이터) 전송, 정보유출, 기타 정보 보안 문제를 수반하며 국가의 정보 보안을 위태롭게 한다"며 "정보 보안 위험을 막기 위해" 이 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부는 또 2019년 행정원 규정인 '국가 사이버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제품 사용 제한 원칙'에 따라 정부기관이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ICT 제품 및 서비스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만 정부의 딥시크 AI 사용 금지 조치는 중앙 및 지방정부 부처·기관과 공립학교, 국유기업, 기타 준관영 조직의 직원들에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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