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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한다면서…가산금리 8개월째 올린 은행

■ 소상공인 신용대출 금리 오름세

대출→연체증가→자금지원 악순환

'상생금융 밑빠진 독 물붓기' 지적

자구책 기반 금융 지원 이뤄져야





주요 시중은행들이 소상공인의 신용대출 금리를 꾸준히 높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로 서민 대상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대출금리는 고공 행진을 이어왔던 것이다. 은행들은 자영업자들의 상환 능력 약화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가산금리를 올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이 ‘사업 악화→자금 대출→연체 증가→금융 지원’이라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결국 ‘밑 빠진 독의 물 붓기’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옥석 가리기를 통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9월(5.66%) 이후 같은 해 12월(5.82%)까지 3개월 연속 올랐다. 특히 가산금리의 경우 지난해 4월(3.89%)부터 12월(4.24%)까지 8개월 내내 오르막을 걸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각 은행이 붙인 가산금리를 더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결국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에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더 높은 이자를 떼어간 것이다.



소상공인 대출금리 줄인상은 은행들이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것과도 모순된다. 이날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 총 5278억 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방안 자율 프로그램을 이행했다. 애초 목표치(5971억 원)의 90%에 가까운 수준이다. 구체적인 지원 항목은 △저금리 대출로 전환 △현금성 지원 △특례 보증 지원 등이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부터 3년 동안 연간 7000억 원, 총합 2조 원이 넘는 금융 지원을 하는 상생금융 ‘시즌 2’도 발표한 바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경기 부진으로 소상공인의 상환 여력이 악화하는 것을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구조를 놓아두고 금융 지원을 아무리 확대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실제 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개인사업자가 국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후 연체한 비율은 지난해 11월 0.71%로 2014년 11월(0.72%) 이후 10년 만에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민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9개 주요 카드사)은 지난해 연말 42조 387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조 6260억 원(9.35%) 증가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소득이 없었다(연간 소득 0원)고 신고한 개인사업자 수는 105만 5024명에 달했다.

경기 부진으로 인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상생금융 같은 일회성 지원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금융 지원을 다변화해 폐업을 유도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구조조정에는 미진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 지원으로 계속 상황을 이어가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옥석 가리기를 통한 구조조정이 더욱 필요해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구책이 기반되지 않은 금융 지원은 소모적”이라며 “정책에도 이런 상황이 반영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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