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 출발하지 않았으면 비행기가 이륙한 후에 선반에서 불이 났을 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 불이 난 에어부산 항공기는 이륙이 지연되면서 지상에서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이 비행기에 있던 승객들은 불이 신고 시각보다는 빨리 발생했다고 기억했다. 항공기의 33 번열에 앓아있던 20대 여성 A씨는 당시 모든 승객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비행기는 9시 55분 출발 예정 시간을 넘겨 문이 닫힌 상태였고, 승무원들도 안전과 관련한 안내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던 중 기내에서 20분 정도 출발이 지연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고 한다. A씨는 "비행기가 앞 비행기랑 간격 때문에 20분 지연 출발한다는 안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 방송을 듣고 5분 정도 기다리던 중에 불이 났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를 오후 10시 5분 전후로 기억했다.
불은 A씨의 바로 앞줄에 있는 왼쪽 기내 수화물 선반(오버해드 빈)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만약 지연 출발하지 않았으면 비행기가 이륙한 후에 선반에서 불이 났을 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면서 "비상탈출을 하면서 연기를 세 모금 정도 크게 들이마셨는데 곧바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이 나면서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한다. 꼬리 쪽에 비상문이 2개가 있었는데, 좌측 편은 승객이 열었고 우측 편은 승무원이 열었다고 탑승객은 설명했다. 30번대 열에 앉아 있었다는 한 승객은 "승무원이 문을 잘못 열었는지 문을 다시 닫았다가 열기도 했다“며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27번열에 앓아 있었던 한 손님도 "뒤에서 연기가 훅 나온 뒤로는 아수라장이 됐다"면서 "손님들끼리 당기고 밀고 하는 상황이었고, 승무원이 비상 탈출구로 탈출하게끔 만들어 줘야 하는데 손님들끼리 잡아주고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비행기는 이륙 전 항공유를 가득 채운 상태여서 대피가 늦었더라면 큰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김동학 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비행기에 3만5000파운드의 항공유가 양쪽 날개에 가득 실려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소방대가 집중적으로 특수차를 활용해 집중적으로 방어했다"면서 "남동풍이 초속 10미터로 불었고 항공유가 화재에 연속 확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부산소방본부와 강서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26분께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로 인해 기장을 포함한 운항·기내승무원 6명과 승객 170명(탑승 정비사 1명)이 비상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3명은 경미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국토부는 이날 김해공항의 항공기 주기장 40개 중 사고 항공기 주변의 주기장 3개소를 폐쇄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계획된 항공편 279편 중 271편은 정상 운항하고, 에어부산이 운항하는 8편은 결항 조처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공항 시설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급파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관계자들과 함께 모든 가능성을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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