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은행 창구에 볼 일이 없어도 영화를 감상하거나 책을 읽으러 갑니다. 은행 점포는 과거와 다르게 다 같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랑방’의 개념이 된 것 같아요.”
시중은행의 지점이 대출·송금 등의 업무를 처리하던 일반 영업점에서 지역 주민을 위한 ‘사랑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고객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외부에 개방해 주민들과 접점을 늘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3월 조성된 하나은행 대전지점의 '하나 50+ 컬처뱅크'를 꼽을 수 있다. 해당 지점은 1층 약 106평 규모의 공간을 ‘시니어 전용 복합문화체험공간’으로 조성해 △시네마룸 △음악감상실 등을 갖췄다. 특히 하나은행 지점은 같은 건물 2층에 위치해 점포를 거치지 않고도 문화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컬처뱅크 광주(라운지1968)에서도 60세 이상 시니어들을 위한 라운지 공간으로 문화 프로그램 및 금융 교육이 주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2023년 9월 처음 선보인 금융 교육 센터 ‘신한 학이재’도 좋은 사례다. 논어 학이편 제1장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문장 속 배움의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신한 학이재의 내부 공간은 명칭의 의미를 고려해 △교육장(배우고) △체험장(익히면) △휴게/오락 공간(즐겁지 아니한가)으로 구성했다. 디지털과 비대면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금융 교육 및 기기체험 기회 제공은 물론 △사진 인화기 △게임 테이블 △VR 기기 체험 △전자동 전신 안마기 등도 마련되어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소통 및 교육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한 교육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에서 학습과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고 청년과 고령자를 연결해 세대와의 이해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런던 무어게이트에 위치한 바클레이즈 지점은 복합 문화공간 시범점포로 △촬영 스튜디오 △시네마룸 △간이 카페테리아 등으로 구성됐다. 시네마룸과 촬영 스튜디오는 바클레이즈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이라면 예약을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지점 관계자는 “바클레이즈 고객이면 사전 예약을 통해 누구나 촬영 스튜디오, 시네마룸 등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 “최근 유튜브 촬영을 희망하는 젊은 세대가 무료로 스튜디오를 이용하기 위해 계좌를 개설하면서 고객으로 유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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