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80조 원 규모를 넘어서며 급격히 커지는 가운데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최선두 업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수장급을 전격 영입했다. ETF 업계 6위인 키움운용은 이를 발판으로 올해 안에 5위 신한자산운용을 추월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4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의 이경준 ETF전략본부장은 최근 회사에 사의를 표시하고 키움운용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ETF 실무를 담당하던 다른 직원 일부도 이 본부장과 함께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올해 3월께 키움운용 상무로 둥지를 틀고 ETF 사업을 총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1981년생의 젊은 임원인 이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을 거쳐 2022년 미래에셋운용에 합류한 대표적인 ETF 전문가다.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콜옵션(살 권리)을 동시에 매도하는 커버드콜 ETF 등 미래에셋운용의 각종 전략형 히트 상품이 그의 손을 거쳤다. 업계에 따르면 키움운용은 김기현 대표가 직접 나설 정도로 이 본부장 영입에 공을 들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ETF 후발 주자인 키움운용이 이 본부장 영입을 계기로 올해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5대 사업자 자리를 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22일 기준으로 ETF 순자산 총액 순위는 삼성운용(69조 8373억 원), 미래에셋운용(65조 3266억 원), 한국투자신탁운용(13조 9317억 원), KB자산운용(13조 9258억 원), 신한운용(5조 9829억 원), 키움운용(3조 9057억 원) 순이다. 업계에서는 ETF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2조 원 남짓인 신한운용과 키움운용 간 순자산 격차가 올해 안에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키움운용은 이달부터 ETF 브랜드 이름도 기존 ‘KOSEF’에서 ‘KIWOOM’으로 변경한 바 있다. 편입 종목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액티브 ETF의 브랜드 명칭도 ‘히어로즈’에서 KIWOOM으로 일원화했다. KOSEF가 키움운용이 2002년 처음 ETF 시장을 열 때부터 22년간 사용하던 브랜드인 점을 고려하면 전례 없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가 삼성운용 ETF 사업을 이끌 당시 길러낸 젊은 인재들을 제외하면 업계에 전문가가 많지 않다”며 “시장 선점을 위해 업계 내 인재 쟁탈전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ETF가 업계의 최대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하면서 최근 경쟁사로 이동한 전문 인력은 이 본부장뿐만이 아니다. 1984년생인 김승현 한투운용 ETF컨설팅담당도 올 초 하나자산운용 ETF총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삼성운용은 지난해 말 박명제 전 블랙록자산운용 한국 대표를 ETF사업부문장으로 수혈했고 하지원 전 삼성운용 ETF사업부문장은 올 초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KB운용은 최근 ETF사업본부장에 1982년생인 노아름 ETF운용실장을 새로 앉혔다. NH아문디자산운용 역시 외부 인사를 살피다가 ETF투자본부장 자리를 내부 출신인 김승철 패시브솔루션본부장으로 채웠다. ETF부문장은 한수일 채권운용부문장이 겸직하기로 했다. 한투운용도 ETF 수장급 신규 인력 수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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