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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렌즈·전자피부·초순수’…우수 R&D는 달랐다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시상]

유상임 “사업화 가능케 범 정부 계획”

우수성과 100선 기술사업화 43%

유 장관 “실질적 보상 늘려 예우 강화”

8년만에 시상식…장관 참석은 11년만

100명과 일일이 악수하며 감사 전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2024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시상식' 에서 수상자 100명에게 시상하고 있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어려운 환경에서도 도전으로 이뤄낸 소중한 연구성과가 사업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범정부 계획을 수립할 것입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3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4년 국가연구개발(R&D) 우수성과 100선 시상식’에서 기술사업화를 강조했다. 선정된 연구성과 100선의 기술사업화 수준은 43%에 달했다. 평균적으로 기술사업화가 20%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수 R&D는 사업화와 상용화에도 성큼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유 장관은 기술사업화가 결실을 맺도록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 20년 가까이 매년 국가R&D 우수성과 100선을 선정하면서도 기술사업화 정도를 파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R&D가 결국 국가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상용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사업화가 우선돼야 했지만 그동안 소홀했던 셈이다. 유 장관은 양적 성장에만 치중했던 성과평가를 앞으로 질적인 변화를 통해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우수성과 100선은 학계, 연구계, 산업계에서 달성한 성과 가운데 869건이 추천됐고 100개가 엄선됐다. 주체별로 나눠보면 대학이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출연연 31건, 기업 18건, 국공립연구소 및 정부부처가 5건이었다. 기술이전과 사업화에 성과를 낸 곳은 출연연이 17건, 그 뒤를 기업(15건), 대학(8건), 국공립연구소 및 정부부처(3건) 등이 이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성과평가전문위원장인 박재민 건국대 교수는 “이번 선정 결과는 예년과 달리 연구개발 성과가 보다 다양한 유형으로 더 많은 건수가 창출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특히 분야별로 최우수 성과로 선정된 12건은 국내 연구 역량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2024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시상식' 에서 수상자 100명에게 시상하고 있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분야별로 살펴보면 기계·소재분야에서 ‘포토리소그래피 및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 융합 메타렌즈’개발이 선정됐다. 급속히 성장하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과제인 메타렌즈 제작비용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종이접기 하듯이 하나의 구조체를 다양한 모양으로 접거나 펼 수 있는 DNA나노기술 개발 성과는 종이접기의 원리를 분자 크기 수준에서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분자 센서 및 나노로봇 개발 등에 활용이 기대된다.

생명·해양분야에선 유전자 교정을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과 함께 RNA간섭을 통한 암 유발 유전자 조절에 필수적인 효소 구조를 규명해 냈다. 에너지·환경분야는 반도체 제조용 초순수를 국산화하는 기술이 선정됐다. 또 2차 전지 소재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2차 전지 음극 원천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원천소재 생산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정보·전자분야에선 1마이크론 수준의 미세 주름의 움직임으로도 각종 전자기기를 제어를 도울 수 있는 저전력, 고효율 초박막 전자피부 개발이 선정됐다. 웨어러블 기술과 생체 신호 인식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탄도탄 작전통제체계 고도화 기술도 최초로 개발돼 시상식에 올랐다. 융합분야에선 생체 조직의 경화도를 초음파로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는 나노-자성 버블을 개발해 간 섬유화 및 폐질환 진단의 고성능 초음파 나노조영제를 구현했다. 세계 최초 이음 5G기반 DNA+드론 플랫폼은 데이터와 5G와 인공지능을 융합한 드론 서비스 플랫폼 산업 기반을 만들어 선정됐다. 순수기초·인프라 분야에선 양자컴퓨터의 초석이 되는 원자 스케일 큐비트 개발과 민간달착륙선 탑재용 달 우주환경 모니터 개발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미국 무인 달착륙선(Nova-C)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앞서 수년 간 선정된 우수R&D100선 가운데 후속 연구 및 상용화를 통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수준의 연구들도 상당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위한 음성인식 기술(2008년)은 국내산 자동차에 적용돼 2010년대 중반 이후 콜센터 응대, 인공지능 스피커 등에 적용되고 있다. 전동형 착용 로봇 개발(2022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 및 발사(2023년) 등도 대표적인 연구 사례다. 이상윤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 국장은 “2006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동력집중식 고속열차 개발로 지난해 4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최고 320km/h의 청룡 고속열차가 만들어졌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2024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시상식' 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11년 만에 장관이 직접 시상, 유상임 장관 “선정과제 5년간 지원 보장 검토”


“국가 연구개발(R&D) 우수성과로 선정된 연구들은 향후 5년 간 예산 지원을 보장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2024년 국가 R&D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연구자 100명에 대한 시상을 마친 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실질적인 보상 확대로 과학기술인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우수성과 100선은 과학기술인의 자긍심을 높여 우수 연구성과 배출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그 취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제 수주와 성과평가 시 가점 부여, 유공포상 후보자 추천 등 현재 한정된 보상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유 장관은 앞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를 지내며 연구자로서 현 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2006년부터 우수성과 100선이 있었지만 (실질적 보상이 적다보니) 그 중요성을 크게 알지 못했다”며 “이제 대학·연구소의 도전과 혁신을 통한 연구성과가 국가의 핵심 자산이 된 만큼 제도 활용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매년 연구성과가 10만 건이 나오므로 우수성과 100건은 전체 1000건 중 상위 1건, 최우수성과 12건은 10만 건 중 1건에 해당하는 대단한 것”이라며 수상자들의 공로를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그동안 예산 한계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이유로 성과전시회만 간소하게 열거나 아예 행사를 생략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8년만에 오프라인 시상식을 연 것도 진정성 있게 수상자들을 예우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게다가 주무부처 장관이 직접 참석해 시상한 것도 11년 만이다.

유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50분부터 30분 간 수상자 100명 모두와 일일이 악수하고 상패를 전달했다. 수상자들로 연단이 붐벼 세 차례 나눠 단체 수상사진을 찍어야 했고 아직 시상을 기다리는 수상자들은 연회장을 크게 한바퀴 감쌀 정도로 긴 줄을 이뤘다. 가장 먼저 수상한 이헌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과학기술인 예우에 신경써주니 흐뭇하다”며 “국가가 노력을 인정해준 만큼 앞으로도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9월 우수성과 100선 등 과학기술인 예우 관련 제도의 개선을 포함하는 ‘과학기술인재 성장·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글로벌 과학기술 인재 확보전에 나섰다. 유 장관은 “2027년까지 선도형 R&D에 대한 투자를 정부 R&D 사업 예산의 35% 비중으로 확대해 우수성과가 지속 창출되고 확산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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