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편의점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백화점을 맹추격했지만 유통업계 왕좌에 오르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편의점은 백화점이나 마트 등 다른 업태에 비해 수익성 측면에서는 앞서는 모습이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백화점 비중이 17.4%를 차지해 1위 자리를 지켰다. 편의점은 매출 비중 17.3%로 오프라인 2위를 차지하며 백화점을 0.1%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뒤쫓았다. 이어 마트(11.9%), 준대규모점포(SSM·2.8%) 순이었다.
지난해 11월까지는 편의점 매출 비중이 17.4%로 백화점(16.6%)를 앞질러 연간 기준으로 편의점이 오프라인 선두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백화점이 12월 크리스마스 특수 등에 힘입어 막판 뒷심을 발휘한 것이다. 작년 12월 수치만 살펴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백화점 비중이 18.5%로 편의점(15.3%)보다 3%포인트 넘게 앞섰다.
기업별 세부 실적을 살펴보면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가장 양호한 수익성을 나타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조 1603억원, 영업이익 54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6.1% 상승한 것이다. 경쟁사인 GS리테일도 영업이익 628억 원으로 전년(580억 원) 대비 8.3%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다른 유통사들의 실적 추정치는 전년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3조 5907억 원, 영업이익 199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1.2%, 영업이익은 1.7% 각각 줄어드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은 물론 마트, 슈퍼마켓, 홈쇼핑 등 전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어 국내 유통 경기를 대표하는 업체다. 연간으로는 매출액 14조 1070억, 영업이익 5262억원이 전망되는데 전년(매출액 14조 5559억원, 영업이익 5084억원)과 비교해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소폭 개선되는 흐름이다. 이외에 신세계의 경우에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5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큰 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업황이 가장 부진한 곳은 면세사업이다. 대표적으로 호텔신라는 유통업체 중 가장 먼저 24일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놓는데 매출액 1조 221억원, 영업적자 121억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년 동기(매출액 9380억 원, 영업적자 183억 원)보다 개선된 수치지만 호텔·레저 사업부문이 선방한 결과다. 면세사업은 상황이 달라 증권가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보는 DB금융투자는 적자 규모를 443억 원으로 추정했다. 현실화할 경우 최악으로 여겨졌던 지난해 3분기 영업적자(387억 원) 보다도 나쁜 것이다. 면세점 부진에 호텔신라는 지난해 말 김준환 면세(TR)부문장 부사장을 신규 임명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계에서는 온라인으로 소비 채널 이동이 가속화하면서 온라인 매출 비중이 50.6%로 처음으로 오프라인(49.4%)을 앞질렀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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