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가 조만간 구체화할 것이며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을 뼈대로 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 노선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국인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멕시코·캐나다에 25%의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것은 중국의 우회 수출 차단이 목적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과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의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 계획을 곧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도 “여러 기술·행정적인 문제로 취임과 동시에 바로 보편관세를 부과하기 어렵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상황”이라며 “중요한 건 의지인데 취임사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각서와 행정명령의 내용들을 보면 보편관세 부과는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점의 문제일 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등 무역적자국을 대상으로 보편관세를 적용할 가능이 높다는 게 대다수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과 연계해 협상 카드로 보편관세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중국을 타깃으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미국은 중국이 멕시코를 거쳐 섬유, 철강, 전기 광학 장비 등을 자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허 교수는 “공약대로 2월부터 멕시코 등에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중소기업도 영향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도 “멕시코·캐나다에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자동차·철강·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며 “중국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려는 정책에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개정이 목표라는 주장도 나왔다. 오준석 한국무역통상학회장은 “트럼프는 USMCA의 재협상을 원한다”며 “두 나라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가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뉴딜(친환경 산업 정책)을 종식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현지에 진출한 전기차·배터리 기업을 중심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아직 보조금에 의존하는 시장”이라며 “현지 진출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의 전면적인 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권 원장은 “IRA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통과시킨 법안”이라며 “전면적인 폐지를 논하기에는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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