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대미 통상 외교 채널을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견해에 힘이 실린다.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각 부처를 긴밀히 조율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가장 큰 공백이 예상되는 분야는 통상 분야로 꼽힌다. 관세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여덟 번째 적자국인 한국에 거센 통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국내 핵심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관세를 높여 대미 투자를 더 확대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맞서 각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익 관점에서 협상에 나설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대미 통상을 이끌고 있지만 부처 조정 기능이 없는 상황에서 밀도 있게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무위원의 한 명인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여러 방안을 결정하기에는 권한이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취임 초반 각종 정책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통상 협상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가 ‘국익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자세로 최 권한대행에게 대미 통상 협상의 전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교수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은 그 결과에 따라 민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최 권한대행에게 전권을 부여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적어도 통상과 경제 이슈는 정치와 분리돼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우리 정부의 협상력도 올라간다”며 “국회에서 정부의 통상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액션을 보일 때”라고 덧붙였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책 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제부터는 공약에 기반한 불확실성에서 현실적인 정책 리스크로 전환되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며 “트럼프 정부가 주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집권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향후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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