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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이중가격제의 역설

박시진 생활산업부 차장





“이중가격으로 돈을 더 받아도 저희에게 들어오는 게 아니고 배달 수수료로 나가는 겁니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 임원이 기자를 만나 억울하다며 내뱉은 말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 플랫폼에 내야 하는 중개 수수료 부담이 워낙 커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음 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안’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이중가격제 도입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이미 롯데리아는 배달 메뉴를 홀 가격보다 9%가량 높게 책정했고 배스킨라빈스도 음료 제품과 일부 디저트 제품에 한해 이중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맥도날드도 배달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비싸게 적용했다.



문제는 이중가격제 도입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 주문 시 가격을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배달 수요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프랜차이즈 등 식당 주인들 입장에서도 배달 비중이 높은 가맹점일수록 수수료율이 높아져 업주에게 불리하다. 상생안에 따르면 배달앱 매출 기준 상위 35%의 경우 주문 금액이 2만 5000원 미만이면 오히려 기존보다 점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증가한다. 배달비가 포함된 이중가격제에 따른 수혜는 고스란히 배달앱에 돌아간다.

업계에서는 상생협의체에서 내놓은 배달 수수료율을 아예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중가격제 도입이 사실상 가격 인상과 같은 셈이라 소비심리 위축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거래액이 클수록 플랫폼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가 많아져 플랫폼들에만 유리한 상생안이라는 지적이다.

배달앱 플랫폼들이 연간 4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내고 있는 것과 달리 자영업자들은 소비절벽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배달을 통해 식당 매출이 늘어난다면 이에 합당한 수수료를 내는 게 당연한 논리다. 그러나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점주들에게만 떠넘긴다면 ‘상생’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배달 수수료율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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