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 기업들의 주가가 지난해 4.9% 상승하면서 코스피지수 수익률(-9.6%)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주가 관리에 주력하는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적극 나섰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올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9일 한국거래소의 ‘2024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밸류업 공시 기업의 주가는 연초 대비 평균적으로 3.2% 상승했다. 코스피 공시 기업은 지수가 9.6% 하락할 때 오히려 주가가 4.9% 올랐다. 코스닥 공시 기업의 주가는 9.4% 하락하기는 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21.7% 내리면서 상대적 하락 폭은 적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 효과뿐만 아니라 주가를 관리하는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앞장선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지난 연말 기준 총 102개사다. 이 중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기업 비중은 64개사(63%), 코스피 85개사(83.3%), 코스닥 17개사(16.7%) 등으로 집계됐다. 초기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금융 업종의 참여가 대부분이었으나 자본재(장비·기계·건설·인프라) 기업 비율이 22%로 금융 업종(19%)을 앞서는 등 참여 기업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PBR을 제시한 기업의 수가 29개사(31%)에 그친 것도 눈에 띈다. 상장사들이 직접적으로 목표 주가를 제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공시 기업 중 84개사(89%)는 주주 환원 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공시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겠다고 한 기업은 69개사(73%)로 집계됐다. 매출액 증가율 등 성장성을 제시한 기업은 46개사(49%)로 절반 이하로 집계됐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18조 8000억 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으로 올해 매입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지난해 13조 9000억 원으로 2017년(약 14조 원) 이후 가장 많았다. 상장사의 지난해 현금 배당 금액도 45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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