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미경제학회의 화두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이었다. 3~5일(현지 시간) 여러 세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는데 트럼프 정책을 성토하는 지적이 대다수였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세계무역을 갈기갈기 찢는 파편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필립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유럽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 등 반서방 진영의 향후 무역 디커플링(탈동조화) 정도에 따른 파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우선 ‘완만한(mild) 디커플링’ 시나리오는 전 세계의 완전한 무역자유화가 시행되기 전인 1990년대 수준으로 무역 파편화가 진행되는 경우를 가정했고 이때 전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2%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다. 첨단기술·에너지 등 상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제품에만 높은 무역장벽이 세워지는 ‘선택적 디커플링’에서는 약 6%가 증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장벽이 크게 높아져 양 블록의 무역 흐름이 사실상 중단되는 것을 가정한 ‘심각한 디커플링’ 시나리오에서는 약 9%가 증발되는 것으로 산출됐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한국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의 정책이 그가 말한 대로 실행될 경우 매우 무모할 것”이라며 “미국과 세계경제에 실질적인 해를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문제는 트럼프가 이런 정책을 밀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주식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이를 포기할 것인지”라며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중국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나라와는 싸우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 무역정책 불확실성지수(TPU)’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제학자 다리오 칼다라 등이 고안한 TPU를 인용해 “무역정책 불확실성지수가 트럼프 1기 때 급등했다가 조 바이든 시대 낮아진 반면 현재 다시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밝혔다. 지수는 미국 주요 언론에서 무역정책 및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용어가 나오는 빈도 등을 토대로 산출한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3월 철강, 알루미늄 관세 방침이 발표됐을 때 지수는 261로 치솟았고 이후 하락하다 2020년 12월 코로나 때 98로 반등했다. 그러다가 미 대선이 있던 지난해 11월 346을 기록하며 지수 작성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제조업 등의 생산·투자 결정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향후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양국 모두에 해가 되겠지만 특히 중국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샤팟 야르 칸 시러큐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보다 크기 때문에 비용은 중국이 더 클 것”이라며 “중국의 임금 하락과 소비 감소로 이어져 중국의 자체 소비를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이 미국보다 크기 때문에 중국이 입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중국은 수년 전부터 경제구조를 수출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는데 무역 분쟁은 중국 수출 부진→생산 감소→소득 및 소비 하락으로 이어져 중국의 중장기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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