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월권’으로 비판하며 막아섰지만 자칫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계엄 동조 세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당이 배출한 윤 대통령을 손절할 경우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피할 수 없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수처는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는데 법적 근거도 없이 영장 집행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공수처가 권력 기관 놀음을 계속한다면 국민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공수처의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비판하는 것은 대통령 지키기가 아니다. 법질서와 법치주의, 대한민국 지키기”라며 공수처를 압박했다.
전날 의총에서는 야권과 공수처를 규탄하는 장외집회를 열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국민들에게 ‘윤석열 엄호’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당 지도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두고 당 안팎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편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연석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계속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국민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대통령과 당을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철규·김민전·강승규 등 친윤(친윤석열)계 의원 10여 명은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대거 참석해 강성 지지층 달래기에 나섰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좌파들의 내란 선동에 일부 의원들이 굴복해 국민들이 우리한테 맡겨준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잘못된 탄핵을 바로 잡아가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간 것”이라며 이들의 행동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수처가 영장 재집행에 나서면 한남동 관저에 또 가겠다”며 “윤 대통령 안위를 지키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지키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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