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20%에서 상위 20%로 올라온 가구의 비중이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명 중 5명만 가능한 것으로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벌이가 증가해 소득 구간(소득 분위)이 상승한 이들도 전체의 20%가 되지 않아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17~2022년 소득이동통계 개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중 2022년 소득 분위가 전년에 비해 오른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17.6%에 불과했다. 2018~2020년에는 이 비율이 18~18.2% 수준이었음을 고려한다면 과거에 비해 계층 상승이 덜 활발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계청이 소득이동통계 분석 결과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사회 계층 이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통계청은 국세청 소득 자료와 같은 데이터를 결합해 표본 1100만 명의 패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소득 분위가 전년 대비 떨어진 사람까지 포함한 소득 이동 비율은 2022년 기준 34.9%로 집계됐다. 거꾸로 보면 조사 대상 중 65.1%는 소득 계층에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다. 소득 분위를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비중은 4년 전인 2018년(64.2%)에 비해서도 0.9%포인트 확대됐다. 고소득자가 계속 그 지위를 유지하고 저소득층은 해당 구간에 머무르는 경향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2022년 소득 1분위 중 69.1%는 전년과 같은 소득 분위를 유지했다. 전체 소득 분위 유지율(65.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2021년 1분위였던 사람 중 2022년에 5분위로 뛰어오른 비중은 0.5%에 불과했다. 소득 하위 20%가 1년 사이 소득 상위 20%가 되려면 0.5%의 확률을 뚫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2022년 기준 소득 5분위 중 자신의 계층을 유지한 비중은 86%나 됐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계층 상향 이동성이 약해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2017년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 가운데 2022년까지 계속 1분위를 벗어나지 못한 비율은 31.3%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 중 같은 분위에 계속 머무른 사람은 63.1%나 됐다.
학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따른 소득 양극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에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소득 상위 20%에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나 공공기관 근무자, 고위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직장을 보유하면서 비교적 높은 소득을 받는 사람들이 대거 포함됐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소득 계층 이동성이 약해지는 것 역시 노동 경직성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통계청 조사를 보면 청년층(15~39세)의 소득 이동 비율이 41%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층(40~64세)이 32.2%로 그 뒤를 이었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25.7%에 불과했다. 청년층은 소득 계층이 상승한 비율(23%)이 떨어진 비율(18%)보다 높았던 반면 노년층은 상향 비율(10%)이 하향(15.7%)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에서는 정규직 임금의 경직성과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기업들의) 중장년 고용 수요 감소를 부르고 있다”며 직무급제 확대와 정규직 고용 유연화를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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