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가 대한민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이야말로 내란 유발자, 내란 선동자, 원인제공자다.”(이종욱 국민의힘 의원)
여야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계엄사태 이후 벌어진 ‘비상경제 상황’의 원인을 두고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민주당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빨간불이 켜진 경제에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계엄 선포의 원인으로 야당의 ‘예산 폭거’를 지목했다.
기재위 소속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대상 긴급 현안질의에서에서 “계엄사태 이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은 급등했다”며 “신인도와 국가신용도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신영대 의원도 “지금은 비상 경제 상황이라고 한다. 이 상황을 누가 만들었느냐”며 “결국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내란죄를 획책하며 이런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향한 야당의 공세도 이어졌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국민과 경제를 안심시키기 위해 바로 소집되고 열려야 할 기재위가 비상계엄 선포 후 14일이나 지나서 열려 매우 강한 유감”이라며 “경제부총리는 내란 비상계엄 선포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시간대별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최 부총리를 겨냥해 “계엄 직후 침묵하다 일주일이 지나서 ‘반대했다’고 적극 항변하고 있는데, 밝힐 시간이나 기회가 많았다”며 “눈치 보고 살 궁리 찾았던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여당 기재위원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잘못된 행위라도 야당의 일방통행식 ‘묻지마 삭감 예산’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계엄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은 책임이 없느냐”며 “지난 7개월간 민주당은 입법 폭주, 국회 독재, 입법권 남용으로 윤 정부를 지속해 끊임없이 흔들어왔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물론 비상계엄은 잘못했고 과했다”면서도 “민주당은 끊임없이 힘자랑하고 예산마저 정쟁 수단으로 활용해 헌정사 최초로 감액만 한 예산을 의결했다. 이게 헌정질서 유린, 국헌 문란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이인선 의원도 민주당을 향해 “예산을 감정적으로 엿 자르듯이 할 수 있는 것인가. 참 놀랍다”며 “예산안에 디지털 성범죄, 마약 수사, 전공의 지원 예산 등이 깎인 것에 대해 도대체 국가를 생각하는 것인가 하는 좌절감이 들었다”고 비난했다.
여야는 추경 편성 문제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처리한 새 예산안에 대한 잉크도 안 말랐는데 벌써 추경 논의가 야당에서 나온다”며 “이 예산 자체가 엉터리 예산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지금 거시경제 정책 수단의 하나인 금리 조정은 어렵다고 본다”며 “그렇다면 (내수 진작을 위해) 반드시 추경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태년 의원도 “자꾸 야당에서 예산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고 하데, 이 예산을 완성판으로 봤느냐”며 “정부도, 기재부도, 장관도, 여당도, 야당도, 시장에서도 내년도 예산이 완성됐다고 본 경제주체는 아무도 없었다고 본다”고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형식은 추경의 형식을 빌리는 것이지만, (연말 예산 통과 당시) 증액과 관련된 협상을 남겨둔 것”이라며 “추경없이, 재정의 역할 없이 지금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여당 기재위원들은 야당이 12.3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규정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해당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하거나 발언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여러가지 수사가 진행돼서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은 건데 비상계엄 자체를 ‘내란 비상계엄’이라고 이렇게 정의하면서 얘기하시는 것은 오늘 이 회의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며 여당 소속 송언석 기재위원장에게 속기록에서 관련 문구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