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간 특허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 회사가 한국무역위원회에 또 다른 외국 기업을 제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 등 첨단기술에 대한 특허 분쟁 신청이 늘면서 올해 무역위에 특허권 침해를 신청한 건수도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무역위에 외국 기업 간의 특허 분쟁 관련 제소 신청 건수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출시된 자동차의 전면 유리판에 적용되는 디스플레이용 중간막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일본 A사가 또 다른 일본 업체 B사를 상대로 무역위에 제소를 해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고성능 무정전 전원장치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일본 C업체가 국내에 제품을 공급하는 또 다른 일본 업체 D사를 상대로 무역위원회에 제소해 이 역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 배터리 핵심 물질 특허권을 보유한 일본의 E사가 국내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업체를 상대로 제소했다. 무역위는 이 사건에 대해 지난달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외국 업체 간의 특허 분쟁과 공방이 한국 무역위에서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무역위의 높은 공신력과 신속한 처리, 공정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 무역위 관계자는 “무역위원회가 법원보다 훨씬 더 빨리 결정을 내리는 점이 업체들의 제소가 늘어난 이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위에 특허권 침해 신청 건수가 늘어나며 올해 역대 최다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0월 기준 신청 건수는 12건으로 11~12월 실적을 고려하면 역대 최대 기록인 13건(2019년)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허권 침해 신청 이후 무역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평균적으로 6개월이 걸린다. 거기에다 무역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이후 재판으로 진행되더라도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업체들의 선호도가 높다. 한 기업체 특허 관련 담당자는 “무역위원회는 대략 6~7개월이면 결정이 나오는 반면 법원은 1년 이상 소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처리 가능한 무역위 결정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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