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 중 절반가량이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금리·내수 부진의 장기화에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며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300인 미만 주요 업종별(제조·건설·서비스업) 기업 6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 근로자 활용현황 및 정책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 중 48.2%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 구인 어려움(34.5%), 2년 초과 고용 가능(6.8%), 낮은 이직률(6.5%) 등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주요 이유로 꼽혔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92.7% 이상이 내국인 구인난을 인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고 응답한 점과 차이를 보인다. 경총은 “최근 중소기업의 극심한 자금난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따른 애로사항으로는 직접인건비(64.3%)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간접인건비라는 응답은 38%로 뒤를 이었다. 제도적 애로사항에 대해선 응답 기업의 54.5%가 사업장별 고용허용 인원 제한이라고 꼽으며 충분한 외국인력 활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짧은 체류 허용 기간이라는 응답도 41.3%에 달했다.
응답 기업의 89.3%는 내년 외국인 근로자(E-9) 도입 규모를 올해 수준(16만 5000명)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 상한(쿼터제)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8.3%로 두 번째로 높았다.
현재 충분한 수준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27.8%로 나타났다. 주된 사유로는 사업장별 고용허용 인원 제한이 40.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총은 전체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가 대폭 확대됐지만 개별기업의 인력난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쿼터 수준 외에도 사업장별 허용인원 제한이나 직종 제한 등의 규제가 기업의 원활한 외국인력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과 관련해선 응답 기업의 53.2%가 해당 제도가 저출생 대응이나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41.8%,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5%로 집계됐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작년보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며 “향후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했을 때 기업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없도록 경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외국인력 공급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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