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위츠가 모처럼 주가 급등에 성공했지만 기관투자가들의 공모주 투자 심리는 아직 냉랭하다. 유망 종목을 발굴하기보다는 단기적 손실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에만 투자하려는 모습도 감지된다. 내년 초에는 수조 원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대어급 공모가 몰려 있어 수급 분산에 따른 시장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차세대 항암제 개발 기업 오름테라퓨틱은 21일부터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했지만 수요예측 첫날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다소 저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관망 모드에 들어간 기관투자가들이 많다”며 “대부분 수요예측 마감일인 27일에 주문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름테라퓨틱의 무난한 공모 흥행을 전망했다. 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모두 희망 가격 범위(밴드) 상단 이상 가격에서 공모가를 결정한 데다 기술성 특례상장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파마들과 다수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오름테라퓨틱의 상장에도 먹구름이 끼는 모양새다. 오름테라퓨틱은 밴드 하단 기준으로도 공모액이 900억 원에 달하고 상장일 유통 물량 비율이 38.87%로 높다. 코스닥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한 상황이라 상장일 주가 흐름도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을 둘러싼 각종 루머로 바이오 섹터 전반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반면 이날부터 5영업일 동안 진행하는 벡트의 수요예측에는 밴드(3500~3900원) 상단 가격으로 주문한 기관투자가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벡트는 교육 현장에 전자칠판 등을 납품해 외형을 키웠으며 최근에는 영상 미디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업체다. 밴드 하단 기준 시가총액이 480억 원이다. 상장일 유통 물량 비율이 34.7%로 높지만 액수로는 166억 원에 불과하다. 벡트에는 별도의 재무적투자자(FI)가 없어 상장일 대량 매도 우려도 적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실제 사업 내용과 상관없이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서는 공모 구조만 보면 벡트만큼 좋은 조건이 없다”며 “앞서 위츠가 상장일 ‘따블(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 이상 오르는 것)’에 성공한 것도 시가총액이 794억 원으로 작았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IB 업계에서는 새내기주의 주가 급락 현상으로 촉발된 연말 공모주 시장 약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방위산업 기업 MNC솔루션이 26일부터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MNC솔루션 역시 공모액만 밴드(8만~9만 3300원) 하단 기준 24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공모하려는 계획이라 악화한 투심이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각각 6조~7조 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LG CNS와 DN솔루션즈가 연초 상장을 강행한다면 공모 일정이 상당 부분 겹칠 수밖에 없어 투자 수급 분산 우려도 크다. 두 기업이 해외 공모를 진행하려면 결산자료의 기준일로부터 135일 이내에 납입을 비롯한 모든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한다(135룰). 올 3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공모를 진행하기 때문에 내년 2월 중순까지가 마감 시한이다. 내년 1월 상장 재추진 계획을 밝힌 케이뱅크 역시 동일한 상황이다. 앞으로 1~2개월 안에 증시가 활로를 찾지 못한다면 이들 역시 목표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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