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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 “상법 개정 타협 가능”…이사 충실 의무 대상 확대 방침 철회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당론으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제가 토론에 참여해 쌍방의 입장을 취합해 당의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며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고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16개 대기업 사장단은 전날 긴급성명을 통해 “상법 개정은 팔다리를 모두 건드리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꼴”이라며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이 대표의 공개 토론 제안은 소액 투자자 보호를 내세워 연내에 다수 의석의 힘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뿐 아니라 ‘총주주’로 확대하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을 시도했다가 주가 하락 시 주주 소송에 휘말릴 것이라고 재계는 우려한다. 민주당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경영진이 단기 주가 관리에 치중하고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이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법 개정을 놓고 부처 간 이견을 보이다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노력 의무’로 바꾸는 방안을 내놓았다. 재계와 소액주주의 입장을 절충하겠다는 안이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 쓰나미가 밀어닥치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을 더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전략산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증시 침체가 깊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 미국의 모범회사법은 이사의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독일·일본 등도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다. 기업의 사업 재편 과정 등에서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아야 하지만 기업 경쟁력 훼손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현실적인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찾고 경제 활성화에 협력해야 한다. 당정도 상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정리해 증시 ‘밸류업’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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