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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릴 곳이 없어요"…'급전 창구' 약관대출 4년간 8조 불어나

■보험사 9월 대출채권잔액 267조

약관대출 2020년 62.9조였지만

4년 지난 올해는 70.7조로 늘어

주담대·신용대출보다 큰폭 증가

경기침체속 고금리·고물가 지속

은행 대출문턱 높아진 점도 한몫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잔액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간 8조 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이어진 고금리·고물가 현상으로 더 이상 돈 빌릴 곳 없는 서민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9월 말 보험회사들의 대출채권 잔액은 266조 9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5000억 원 늘었다. 기업대출 잔액은 132조 4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3000억 원 줄었지만 가계대출 잔액이 134조 4000억 원으로 8000억 원 늘어나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실제 올 상반기에 비해 약관대출은 5000억 원, 주택담보대출은 4000억 원 늘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특히 급전 성격의 약관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9월 62조 9000억 원이던 약관대출 잔액은 올 9월 70조 7000억 원으로 7조 8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주담대와 신용대출 잔액이 각각 5조 2000억 원, 1조 원씩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 해지 시 수령하는 해지환급금의 최대 95%를 빌려주는 상품으로 통상 수백만 원 수준의 대출을 내준다. 은행권 대출에 비해 별도 심사 없이 빠르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자유로워 서민들이 최후로 찾는 ‘급전 창구’로 꼽힌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가 주로 찾는 탓에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갚지 못할 경우 보험금을 떼이게 될 수도 있다.

약관대출 잔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불어닥친 경기 침체 장기화의 여파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돈 빌릴 곳이 없는 서민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증가세의 경우 금융 당국의 은행 대출 조이기에 따른 ‘풍선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 대출채권의 연체율에도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올 9월 말 기준 보험회사의 대출 전체 연체율은 0.62%로 전년 동기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0%포인트 오른 0.68%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등 주담대 외 연체율이 1.97%로 같은 기간 무려 0.81%포인트 급등한 영향이 컸다. 주담대 연체율(0.37%)은 0.0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 가까운 수순까지 치솟았다.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 9월 말 0.59%로 전년 동기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89%로 같은 기간 0.28%포인트나 뛴 영향이 크다. 대기업대출의 경우 지난해 말 이후 연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중소기업대출의 상당 부분은 PF 관련 대출”이라며 “PF 부실 여파가 여전히 지속하면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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