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스웨덴 노스볼트가 21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연방파산법 제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날 노스볼트는 일주일 동안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불과 3000만 달러(약 420억 원)에 그치는 등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미 텍사스 남부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부채는 58억 달러(약 8조 원)에 달한다. 노스볼트 측은 “부채를 구조조정하고 고객 요구에 맞게 사업을 적절히 확장해 지속 가능한 운영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챕터11’이란 기업이 경영 상의 어려움을 자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의 승인을 얻어 기업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노스볼트는 회생 절차를 통해 고객사 중 하나인 스웨덴 트럭 제조사 스카니아로부터 현금 1억 4500만 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고 또 다른 고객사로부터 1억 달러를 조달하는 등 최대 2억 4500만 달러(약 3430억 원)의 유동성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장을 짓기로 한 독일과 캐나다에서 약 4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등 별도의 자금 조달 통로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스볼트의 임시 의장인 톰 존스톤은 “이번 조치를 통해 배터리 생산과 관련한 유럽 산업 기반을 구축한다는 사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설립된 노스볼트는 중국 CATL과 한국의 LG·삼성 등과 대적할 수 있는 ‘유럽 배터리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BMW·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았다. 총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한때 ‘유럽에서 가장 자금력 좋은 스타트업’이라는 칭송을 들었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확장 계획과 그에 못 미치는 품질·수율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억 달러의 순손실을 내는 등 자금 사정이 악화하는 가운데 임직원의 사망 사고, BMW와 맺었던 20억 유로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 파기 등의 악재가 이어졌다. 노스볼트는 지난 9월 임직원 1600명 해고와 글로벌 생산단지 구축 백지화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후 재무 개선에 속도를 냈지만 이날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노스볼트의 파산 신청으로 현재 자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최대주주 폭스바겐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다만 노스볼트의 추락이 경쟁업체인 한국과 일본, 중국의 배터리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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