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인도가 다섯 차례의 무역협상을 거치고도 8월 1일 협상 시한 전 타결에 실패한 배경에는 정치적 오판과 소통 부재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관리들이 미국 발신하는 신호를 읽지 못한 채 관세 협상에 대해 지나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고 짚었다.
인도 관리들은 미국과 자국에 유리한 협정을 체결해 관세를 15%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기대를 언론에 흘리기도 했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유럽연합(EU) 등 다른 파트너와 대규모 합의를 우선시하며 지난 1일 인도에 25% 관세를 전격 부과했다.
양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무역협상은 기술적 쟁점 상당수가 정리된 상태였다. 하지만 농업·유제품 시장 개방이 끝내 걸림돌로 남았다. 인도는 미국산 공산품 관세 철폐, 자동차·주류 관세 인하, 미국산 에너지와 방위장비 수입 확대를 제안했으나 농업 부문 양보에는 소극적이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폭넓은 시장 개방과 대규모 투자를 요구했다.
인도는 이 같은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 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방미 당시 “가을 전 무역합의 타결”을 언급한 것을 과신하며 협상 결과를 낙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EU와 연이어 합의를 마무리하고, 심지어 파키스탄에도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자 기대는 무너졌다. 미국은 일본·EU와 각각 15% 관세를 확정했고, 한국은 3500억 달러 투자와 쌀·쇠고기 개방을 조건으로 25%에서 15%로 낮췄지만 인도는 이 같은 조건을 받지 못했다.
미국은 1일부터 인도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 원유 구매가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며 추가 관세 가능성도 경고했다.
인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EU와 잇따라 유리한 합의를 체결한 상황에서 우리는 외교적 뒷받침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피할 수 있었던 위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정상 간 직접 소통 부재도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 측 일부 인사는 정상 간 통화가 없었던 점을 아쉬워했다. 이에 인도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파키스탄 분쟁 중재하는 발언을 반복해 모디 총리가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측 모두 협상 재개 여지를 남겨뒀다. 이달 중 미국 대표단이 델리를 방문할 예정이며, 인도도 농업·유제품 분야 일부 양보 가능성을 재검토 중이다. 러시아산 원유는 미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일부 수입 조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백악관 관계자도 “여전히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마크 린스콧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정상 간 직접 소통의 필요하다”며 지금은 양측 모두 손해를 보고 있지만 정상 간 통화로 판을 뒤집는다면 ‘윈윈’ 합의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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