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석탄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는 둔화하지만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전력수요 확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친석탄 기조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분석된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석탄 수요가 전년 대비 1.5% 증가한 87억 9000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 미만의 소폭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에는 완만한 회복이 이뤄져 연간 기준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해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지역별로는 흐름이 엇갈린다. 최근 몇 년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온 중국의 수요는 올해 2300만 톤(0.5%) 줄며 9년 만에 처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올해 상반기 석탄화력 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반면 미국은 올해 석탄 수요가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IEA에 따르면 미국의 올 상반기 석탄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고 연간으로도 2700만 톤(7.3%) 늘면서 2021년 이후 4년 만에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소비 감소분을 상쇄하는 규모다.
닛케이는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른 전력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천연가스 대비 낮은 석탄 가격이 석탄화력의 경제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발전용 연료로 사용되는 호주 뉴캐슬항 고품위 석탄의 현물 가격은 3월 말 톤당 88달러로 4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가 최근 수요 확대에 힘입어 이달 초 112달러 수준으로 회복했다.
IEA는 내년 석탄 수요 전망을 올해 대비 0.3%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직전 전망에서는 2027년까지 증가세를 예상했지만 수요 정점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다만 IEA가 최근 몇 년간 수요 전망을 계속 상향해온 점을 고려하면 2026년에도 수요 증가가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변수는 미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GHG)가 사회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규정한 ‘위험성 인정’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GHG 규제 전반의 재검토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닛케이는 “미국이 탈석탄 기조에서 후퇴하면 선진국 주도의 에너지 전환 속도가 늦춰지고 석탄 수요의 피크아웃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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