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매물이 많지 않았는데 있던 매물의 호가도 갑자기 2억~3억 원 씩 뛰었습니다. 매수 대기자만 수십 명에 달할 정도예요.”
10일 일원역 인근의 가람아파트 등이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수서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재정비안에 매수 문의가 잇따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일원역 인근 저층 아파트의 용도지역을 2종(7층) 일반주거지역에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5층 규모의 아파트가 20층 이상의 아파트로 재건축할 길이 열린 셈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역과 가장 가깝고 단지 내 상가 수도 많지 않은 가람 아파트가 사업성이 가장 좋다”며 “종 상향이 예상되면서 7월부터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태고 매물이 나오면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대기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2종(7층) 일반주거지역에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이 예고된 아파트는 가람 아파트를 비롯해 상록수, 청솔빌리지, 한솔마을 등 총 4개 단지다. 서울시는 △일원가람(496가구→897가구)과 △상록수(740가구→1335가구) △청솔빌리지(291가구→594가구) △한솔마을(570가구→1012가구)의 재건축으로 가구 수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정비안에서 해당 단지의 고도제한을 75m(13층 이하)에서 75m로 완화했다. 이들 단지는 20~25층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인근 구룡마을 역시 고도 제한이 완화돼 최근 최대 25층, 3500여 가구의 개발계획변경안이 통과된 바 있다. 청솔빌리지의 한 주민은 “압구정은 50층까지 재건축 허용해준다는데 우리도 최대한 높은 층수를 받아내기 위해 강남구와 서울시에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람아파트·상록수·한솔마을은 5층, 청솔빌리지는 3층이다. 이들 단지의 매물이 빠르게 잠기고 있지만 재정비안 발표 이후 올라온 매물들의 호가는 발표 이전에 비해 2~3억 원 가까이 뛰어올랐다. 일원 한솔마을의 경우 전용 84㎡가 최근 20억 9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재정비안이 발표되고 난 후 23억 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일반분양 물량이 현재 가구 수와 비슷하게 늘어나는 최상의 사업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학군, 교통 입지까지 좋아 재건축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람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일원역 인근의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일원역에서 도보로 5분 안에 위치해 있다”며 “대모초, 대왕중학교, 중산고 등 입시 성적이 뛰어난 초·중·고가 인근에 있어 재건축이 진행되면 최소 평당 1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원동 가람·상록수 등의 아파트 단지와 큰길을 두고 마주 보고 있는 푸른·샘터마을과 목련타운 단지는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재건축 시 고도제한은 105m, 상한 용적률은 250%로 결정된 가운데 푸른·샘터마을과 목련타운 단지의 현재 용적률은 이미 평균 249%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원동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저층인 가람·상록수와 달리 길 건너편 단지들은 최고층이 15층인 중층 단지들이어서 재건축 후 일반 분양 가구 수가 많지 않고 수익성이 좋지 않다”며 “대형 주택형 비중이 큰 단지들이어서 실거주하며 만족감이 큰 60대 이상 주민이 많아 재건축 진행 속도도 더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원동과 함께 이번 재정비안에 포함된 수서동 내 일부 단지들에서도 재건축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들은 택지지구 정비사업으로 상업지구가 개발되면 수서동의 가치가 지금보다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여러 변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서동 B 중개업소 대표는 “일원동에 비해 수서동 지역 아파트 단지들은 용적률은 200% 이상으로 비슷하면서 소형 주택형 위주의 단지가 많다”며 “조합원들이 늘어나는 용적률 상당 부분을 가져가게 되면 일반 분양 가구 수가 적어 추가 분담금이 늘고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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