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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혁신 금융을 살아 숨쉬게 하라

김민형 금융부장

'망분리 완화' 나오자 금융사 즉각 반응

제4 인뱅 기준 '감감무소식' 불만 커져

혁신 시급한데 기득권층·규제에 발목

안정만 좇으면 도태, 경쟁력 되살려야

김민형 금융부장




끝날 듯 끝나지 않던 더위가 드디어 이별을 고했다. 유난히 길었던 올여름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해외여행의 부활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올 7~8월 국제선 승객은 1569만 9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97% 수준에 달했다.

해외여행 부활을 타고 금융권에도 ‘스타’가 탄생했다. 해외여행자 보험이 주인공이다. 업계에 따르면 11개 손해보험사가 올 들어 8월까지 새로 계약한 해외여행 보험은 173만 572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8% 늘었다. 지난해 1년 전체 신계약 170만 9215건을 이미 넘어섰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87만 531건의 92.8%에 육박했다.

돌풍의 핵심에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있다. 삼성화재 같은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해외여행 보험 가입자 수 1위에 올랐다. 카카오톡 메신저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고 소비자가 직접 보장 항목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하루 1000원 안팎의 저렴한 보험료로 비행기나 수하물 지연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여러 차별점이 있지만 가장 큰 특징은 따로 있다. 사고 없이 귀국하면 보험료의 10%를 돌려주는 혜택이다. 젊은 층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환급금으로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먹었어요” 같은 챌린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쟁적으로 올라왔다.

언제나 그랬듯 견제구가 날아들었다. 경쟁사들은 “무사고 환급금은 보험업 특성에 적합하지 않다” “결국 고객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금융 당국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비쳤다.



올 8월 반전이 일어났다. ‘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무사고 시 환금급 지급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보험개혁회의는 금융 당국과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보험 산업이 더 이상 정체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공감대 속에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출범했다. 지난달 말 열린 3차 회의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단체 해외여행자 보험에도 무사고 환급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쯤 되면 그동안 카카오페이손보를 향해 날아들었던 견제구들은 혁신 금융에 대한 기득권층의 ‘몽니’로밖에 볼 수 없다.

금융사의 네트워크 망 분리 규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기업들은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뉴테크를 활용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새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는 내·외부 네트워크를 분리해 운영해야 하는 ‘망 분리 규제’ 탓에 발목이 잡혀 있다. 최근 발생했던 ‘클라우드 먹통 사태’ 당시 기자가 만난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망 분리를 철저히 해온 덕분에 금융사는 피해가 없었다”는 절망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망 분리가 해법이 아니라 멀티네트워크 구축이 해법이라는 사실을 그만 모르는 듯했다. 다행스럽게 금융위원회는 최근 망 분리 제도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금융위 발표 직후 금융사 14곳이 지난달 27일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 소프트웨어서비스(SaaS) 사용을 신청해 허가 받았다. 신한금융·미래에셋증권·한화손보 등 국내 유수의 금융사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도입이 시급했던 사안이라는 증거다.

최근에는 제4 인터넷은행(인뱅) 허가가 ‘뜨거운 감자’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3사 체제에 더해 네 번째 인뱅 출범이 가시화된 지 오래다. 4곳의 컨소시엄이 제4 인뱅이 되기 위해 뛰고 있지만 ‘게임의 룰’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위는 최근 “심사 기준을 11월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금융 혁신은 한시가 급하다. 늦으면 늦을수록 소비자 편익은 물론 금융사의 경쟁력도 약화될 뿐이다. 올 7월 새 수장을 맞은 금융위가 가계부채 등 산적한 현안들 속에서도 혁신 금융을 챙기는 모습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안정’이 금융 산업의 최대 덕목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안정만 추구하면 발전도 없다. 금융권에 혁신 발전이 살아 숨 쉬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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