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236단(8세대)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차량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개발했다. 이번 제품으로 새로운 수요처로 급부상하고 있는 자동차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삼성전자는 236단 낸드플래시를 결합한 차량용 SSD인 ‘AM9C1’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256GB(기가바이트) 용량의 SSD 시제품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하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SSD는 정보를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장치다. 데이터를 SSD 바깥으로 꺼내거나 저장할 때의 속도가 성능을 결정짓는다. 삼성전자의 제품은 초당 4400MB(메가바이트), 400MB의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를 구현한다. 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연속 읽기·쓰기 속도를 향상하기 위한 싱글레벨셀(SLC) 모드도 적용했다. SLC 모드로 전환하면 연속 읽기·쓰기 속도가 각각 4700·1400MB까지 빨라진다. 전력 효율도 전작보다 약 50% 개선했다. 자동차의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기능 실현에 최적화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AM9C1은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안전성도 뛰어나다. 영하 40도에서 영상 150도까지의 온도 범위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한다. 차량용 반도체의 품질 기준인 AEC-Q100 2단계를 충족했다.
향후 AM9C1 제품은 다양한 용량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128·256·512GB, 1TB(테라바이트)·2TB 등 5가지 제품군으로 구성됐다. 올해에는 256GB 제품을 생산한다. 236단 낸드 기준으로 업계 최고 용량인 2TB 제품은 내년 초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조현덕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는 “삼성전자는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자율주행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이번 제품으로 고용량·고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를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AM9C1을 개발한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고성능 메모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는 ‘자동차의 정보기술(IT) 기기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자율주행·전기차 시스템의 발전은 물론 인포테인먼트와 생성형 AI가 차량 곳곳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 내부에서 연산하고 기억해야 할 데이터가 증가하자 대당 탑재되는 메모리반도체의 용량과 시장 규모 역시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8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은 128억 9800만 달러(약 1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량용 낸드의 경우 지난해 차량당 평균 71.3GB의 제품이 탑재됐는데 2028년에는 4배 수준인 288.1GB의 칩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낸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연산장치의 데이터 처리를 보조하는 D램도 주목받는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차량 내 다양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D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7년에 차량용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E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고성능 제품 개발 외에도 다양한 차량용 반도체에 관한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ISO·SAE21434에 기반한 사이버 보안 관리 체계인 CSMS 인증을 획득했다. 3월에는 UFS 3.1 제품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표준인 ‘ASPICE’의 CL3 인증을 받았다.
오화석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ASPICE와 ISO·SAE21434 인증은 우리 기술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앞으로도 안전성과 품질을 향상해 고객들에게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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