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외국인 투자가들이 최근 SK하이닉스(000660) 선물을 1000억 원 가까이 사들이며 주가 상승에 베팅했다. 외국인은 이뿐만이 아니라 국내 선물 시장에서 반도체 공정 종목들에도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미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다만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에서 경계의 시각도 적지 않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2~27일 4거래일 연속 SK하이닉스 선물을 96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SK하이닉스 선물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보인 것은 지난 12~21일 7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이후 10여일 만이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동진쎄미켐(005290) 선물(9억 원), 원익IPS(240810) 선물(7억 원), SFA반도체(036540) 선물(3억 원) 등 반도체 전·후공정 관련 종목에 대해서도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다만 삼성전자(005930) 선물은 35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통상적으로 선물 시장은 현물 시장의 정보와 자금 흐름을 선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외국인은 엔비디아발 호재가 있을 때마다 SK하이닉스에 대해 매수 우위를 보여왔다. 엔비디아는 오는 28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9일 오전 6시)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엔비디아는 6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해왔는데, 월가에서는 2분기 실적 역시 시장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전망했다. BofA는 블랙웰 출시 지연 소식이 단기적인 악재에 불과할 것이라며 목표가를 150달러로 올렸다. 씨티그룹도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이 시장 컨센서스를 10억 달러가량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호실적에 힘입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키방크는 새 AI칩인 블랙웰의 출시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제품인 H100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할 것으로 봤다. 특히 GB200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평가했다. 또 엔비디아의 목표가를 월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180달러로 올렸다.
다만, 엔비디아의 주가가 그간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간밤 전장 대비 1.46% 오른 128.3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연중 최고점인 135.48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로이터 통신은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실적이 조금만 부진해도 주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일 엔비디아 실적발표를 앞두고 기대감과 경계감이 공존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2025년 이후로도 지속가능한 영업이익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일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자신감에 찬 프레젠테이션을 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미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가 가장 큰 리스크”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의 해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