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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Insight] 한미 '과기 동맹' 갈 길 먼데…R&D 이끌 현지 주재관 없다

정부 부처별 각개약진이 원인

中·日선 전담요원만 6~8명

기관 교류 끌어낼 시스템 필요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2년 8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실. 당시 미국 코로나19 대응의 사령탑이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을 찾은 한국의 과학기술 지원기관장과 대학 총장은 한참 담소를 나누다가 “NIH 연구 자금이 필요해서 찾아왔느냐”는 뜻밖의 얘기를 듣는다. 이들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아니다. 연구개발(R&D) 협력과 인력 교류를 하고 싶어 찾았다”며 본론을 꺼냈다. 이 장면은 평소 한미 과학기술 기관끼리의 교류가 부족해 실무 단위에서부터 교감을 쌓지 못했음을 함축해 보여준다.

NIH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한국계 미국 과학자는 “한국은 기관 단위로 각자 NIH와의 협력을 원하는데 기관장이 양해각서(MOU)만 맺은 뒤 별다른 교류가 없다가 그 다음 기관장이 와서 또 MOU를 맺으려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 일본과학재단을 통해 통합적으로 교류 협력을 하며 한 번 협력 관계를 맺으면 20년 정도는 지속한다고 전했다.

기술 패권 시대 한미 과학기술 동맹을 위해 교류의 장을 열어야 할 현지 과학기술 담당 주재관이 전무하다. 미국은 반도체, 첨단 바이오, 우주, 양자 등 국가전략기술의 주요 파트너인데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미대사관 과학기술주재관(과장급)이 귀국한 뒤 아예 그 자리가 없어졌다. 이는 영국·프랑스·오스트리아의 주한대사관, 주독일영사관, 브뤼셀 유럽연합(EU)본부,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과학기술주재관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에는 주미대사관과 샌프란시스코영사관에 정보통신기술(ICT) 담당 주재관이 한 명씩 근무하나 주요 국가전략기술 분야를 포괄하지 못한다. 그나마 과장급이라 기본 실무 역할에 머무를 뿐이다.



과기정통부가 미국에 과학 주재관을 두지 못하는 것은 외교부 등 타 부처의 견제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 부처끼리 경제·안보 외교 전선에서 여전히 부처 이기주의에 머무르며 각개약진하는 양상이다. 정부가 해외 협력 거점별로 한국연구재단·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대표 기관을 지정한다고 하지만 부처를 떠나 협력하는 문화는 찾기 쉽지 않다.

반면 경쟁자인 중국과 일본은 미국에 대사관 중심으로 각각 8명, 6명의 과학기술 전담 요원을 파견해 활발히 과학기술 외교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과학담당 공사참사관을 비롯해 문부과학성·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원자력안전위원회·원자력연구개발기구 등의 전담 인력이 미국에서 활동한다. 심지어 프랑스의 경우 주미대사관 홈페이지를 보면 과학 공사참사관을 비롯해 우주과학, 기초과학, 생명공학, 녹색기술, 방송통신, 과기정책·고등교육, 환경과학, 과기혁신 참사관까지 9명의 주재관이 근무한다. LA·보스턴·시카고 총영사관 등에도 13명의 과학 주재관을 두고 있다.

결국 미국에 과학기술주재관 하나 없이 과연 한미 과학기술 동맹을 강화하고 급증하는 국제 R&D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제 R&D 예산은 올해 전체 R&D 예산이 큰 폭으로 깎인 상황에서도 지난해 5000억 원대에서 1조 8000억 원대로 3.5배나 폭증했다. 내년에도 크게 뛰어 2조 1000억 원 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에는 이례적으로 세투라만 판차나탄 미국 국립연구재단(NSF) 총재가 방한해 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기술 공동 연구를 협의하고 약 1만 명의 연구원을 둔 미국의 원자력 관련 정부출연연구원 원장도 방한해 원자력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런 때 미국·유럽 정부와 연구기관을 수시로 방문해 정부·기관 간 교류 강화는 물론 우리 산학연의 국제 R&D 확대와 한인 과학기술인들과의 협력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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