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며 엔씨소프트의 아픈 손가락으로 지목되던 엔씨웨스트홀딩스(이하 엔씨웨스트)가 수이(SUI) 코인 투자로 대박을 터뜨렸다. 최근 엔씨웨스트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재임 기간에 이뤄진 투자라 이목이 집중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올 상반기 1690만 8112개 SUI를 팔았다. 개당 단가는 1490원, 매각 대금은 252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번 SUI 투자 및 매각은 모두 엔씨웨스트에서 주도했다.
엔씨웨스트는 엔씨소프트의 북미 법인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엔씨웨스트는 지난 2022년 수이 개발사 미스틴랩스에 1500만 달러(약 199억 8000만 원)를 지분 투자했다. 이듬해에는 총 3억 1134만 8000원을 들여 SUI를 총 4992만 806개 사들였다. 단순 계산하면 개당 약 6원에 사서 불과 1년여 만에 250배 수익을 올린 셈이다. 다만 가상자산 매입 방식, 수단에 따라 취득가는 달라질 수 있다.
미스틴랩스가 수이 메인넷을 출범한 시기는 지난해 5월이다. 기축통화인 SUI는 메인넷 출시와 같은 시기에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 바이낸스, 후오비 등 해외 대형 거래소에 상장됐다. 당시 SUI는 1900원대에서 거래됐다. 이후 SUI 가격은 0.3달러(약 399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러한 시세를 감안하면 엔씨웨스트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에 SUI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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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이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에 투자하려면 가상자산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에 참가하거나 프로젝트와 협상을 하는 방안 등이 있다. ICO에 참가하려면 이더리움(ETH) 등 가상자산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기존 사업보고서를 보면 엔씨소프트는 SUI를 제외한 다른 가상자산을 보유한 기록이 없다. 즉 엔씨웨스트가 미스틴랩스에 지분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SUI를 싼 값에 매입할 기회를 제공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공시된 내용 이외에는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은 지난 2015년부터 엔씨웨스트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윤 사장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의 배우자다. 윤 사장은 1993년 서울과학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2000년부터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컴퓨터 신경과학 뇌·인지과학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컴퍼니에 입사했고, 이후 SK텔레콤 상무로도 활동했다. 윤 사장은 인공지능(AI)를 포함한 신기술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의 화려한 이력에도 엔씨웨스트는 2015년부터 6년간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2019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엔씨소프트로부터 유상증자로 자금 수혈을 받기도 했다. 2021년 잠깐 흑자로 전환했다가 2022년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속된 적자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던 윤 사장은 최근 해외 사업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SUI 투자로 성과를 냈지만 그간의 실적 부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지난 12일 엔씨소프트는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를 엔씨웨스트 대표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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