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팁에 대한 면세 공약을 내놓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감세 정책이 가뜩이나 심각한 정부 세수 부족을 심화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주요 매체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찾아 “대통령이 되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서비스업 종사자의 팁에 대한 세금을 없애는 방안을 포함해 미국의 근로자 가족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6월 이미 ‘팁에 대한 면세’ 공약을 내놓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해리스 부통령을 이날 ‘카피캣(따라쟁이)’이라고 부르며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허니문이 끝나고 여론조사에서 고전하고 있는 해리스가 ‘팁에는 세금 없다’는 나의 정책을 베꼈다”면서 “그녀는 아무 아이디어가 없으며 단지 내 아이디어만 훔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음식점 등에서 통상 20%가 넘는 팁을 요구하는 미국 사회에서 팁 면세는 민감한 이슈다. 미국의 세금 제도에 따르면 고용주와 종업원은 기본임금과 함께 팁을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기본임금이 적고 팁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는 종업원들이 많은 만큼 팁은 사실상 근로소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팁에 대한 면세 정책은 네바다에서 영향력이 있는 요식업 노조 등의 최우선 관심 사항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하지만 팁에 대한 면세는 가뜩이나 악화하고 있는 미국의 재정에 더욱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앞서 초당적 기구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팁에 대한 면세 시 2026회계연도부터 10년간 1500억~2500억 달러의 정부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용주들이 정책을 악용해 기본임금을 줄이고 비과세인 팁을 높여 신고할 경우 세수는 더욱 급감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 같은 정책은 저소득 노동시장을 비과세로 이득을 얻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으로 이분화시킬 수 있다”면서 “팁을 요구하는 관행 역시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유권자들이 경제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을 더 신뢰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처음으로 발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T와 미시간대 로스비즈니스스쿨이 이달 1~5일 등록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42%는 해리스 부통령이 경제를 더 잘 다룰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한 응답은 41%로 변동이 없었는데 한 달 전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35%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보면 ‘해리스 허니문 효과’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응답자의 60%는 해리스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완전히 결별하거나 경제정책의 틀을 ‘대폭 바꾸어야 한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19~22일 민주당 시카고 전당대회에 앞서 자신만의 경제정책 플랫폼을 공개할 계획이다. ‘해리스 정부’의 윤곽을 제시할 이번 전당대회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총출동해 지원 사격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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