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열어야 할 고객이 왜 사라졌을까? 그건 바로 고객들을 고용할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들타운 시내의 참담한 모습은 그 지역 주민들에게 들이닥친 모든 일, 특히 암코-가와사키스틸이 무너지며 나타난 징후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 D 밴스 상원의원이 쓴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 속 한 대목이다. 2016년 출간된 이 책은 백인 흙수저 출신인 밴슨 의원이 출생지인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겪은 미 제조업 붕괴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0년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힐빌리는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을 일컫는 말이다. 밴스 의원은 스스로를 힐빌리로 칭할 만큼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책에서 “나는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의 철강 도시에서 가난하게 자랐다”며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곳은 일자리와 희망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사라져가는 동네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를 미국인들은 힐빌리·레드넥·화이트트래시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들을 이웃·친구·가족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실제로 밴슨 의원은 제조업의 몰락이 미국 커뮤니티 사회와 가정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줬다는 문제의식이 명확하다. 그는 “중서부 산업 지대의 공업 중심지가 붕괴되면서 백인 노동 계층은 경제적 안정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하는 안정된 집과 가정생활까지 잃었다”며 “이 책은 제조업 경제가 무너지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뒤집어 보면 밴슨 의원은 앞으로 철강을 비롯해 미국의 제조업을 부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가 자란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의 경우 철강 회사 암코가 지역 경제의 주축이었지만 경쟁력 하락으로 1989년 일본 가와사키스틸과 합병해야만 했다. 이후 AK스틸로 거듭났지만 이마저도 2019년 클리블랜드 클리프에 인수됐다. 밴슨은 “가와사키스틸과의 합병은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세계화된 시대에서 미국의 제조업은 살아남기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어렸을 때 존경하던 사람들과 비슷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흑인이어서가 아니라 “‘명확하고 완벽한 표준 발음과 억양’ ‘그의 스펙’ ‘아이비리그 경력’ 등이 이유다. 앞으로도 피부색과 관계없이 엘리트가 아닌 백인 하층 계급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고 해외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며 보호무역주의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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