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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쥔 野에 세법개정 ‘좌우’…시장 혼란 커져 [이슈&워치]

◆안갯속 세법 개정안

범야권 금투·종부세 갑론을박

어떤 방안 채택될지 가늠 못해

전대 이후에나 당론 정리될듯

힘빠지는 정부안 신뢰도 하락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왼쪽) 당 대표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15일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같은 당내 의견에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종부세 개편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를 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도 마찬가지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이 후보가) 유예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이날 금투세와 종부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조정해 합리적 결론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만 밝혔다.

거대 야당이 세법 개정을 사실상 끌고가면서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세법 개정안의 힘이 빠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안을 내놓더라도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 신뢰도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기업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안이 최종 채택될지 가늠이 어려워 혼란만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민주당을 넘어 범야권 내에서도 세제 개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만 해도 세법과 관련한 혼란이 여러 차례 있었다. 총선 이후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완화론을, 원내부대표가 중산층 상속세 완화론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정책위는 ‘신중론’을 들어 반대했다.

금투세 유예도 그렇다. 일부 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금투세 유예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때도 정책위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뭉갰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큰 틀에서 최소 금투세 유예나 폐지가 논의되는 것 같지만 당 대표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도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기재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상자산 과세 3년 유예안에 대해서도 아직 공식 입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제 한도를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리기로 한 정도다. 가상자산 과세 역시 금투세와의 형평 문제가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민주당 차기 당 대표가 선출된 후에나 정해질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종부세나 금투세에 대한 민주당의 당론은 당 대표 선거가 끝난 뒤에나 정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기재부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속세만 따지면 정부는 당초 세율 인하와 유산취득세 전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한꺼번에 검토했다. 하지만 할증평가 폐지를 빼면 모두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당에서 상속세 개편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법 개정안이 나와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기가 어렵게 된 측면이 있다”며 “야당이 주도권을 쥔 상태인데 그 안에서도 얘기가 서로 다르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민주당의 원내외 모임 ‘더새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재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토론회를 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인사말에서 “기재부의 무소불위 권한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역할 재분배가 필요하다”면서 “의장으로서 기재부 개혁 방향을 잘 살피겠다”고 압박했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야당과 세법 및 예산 측면에서 주고받아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는 꼴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따라 세법 개정안의 윤곽이 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국회 구도를 고려한다면 정부도 야당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야당의 스탠스에 따라 세법 개정안의 향방이 바뀌는 상황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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