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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30년 전의 교훈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이사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이사




세계은행은 6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조정했다. 지난 1월 예상한 2.4%보다 0.2%포인트 상향한 2.6%로 전망했다. 상향 조정의 가장 큰 이유로 미국 경제의 강력한 성장을 들었다. 세계은행 뿐만이 아니다. 불과 6개월 전 경기 침체를 예상했던 전문가들도 전망치 수정에 급급하다.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고용 안정과 소비 증가로 경제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이례적 경제현상에 대한 이해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 있다. 현재와 유사한 국면을 대비해 보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인상한 시기인 1990년대 사례를 살펴보자. 1994년 2월에 시작해 1995년 3월 종료된 금리 인상기는 채권 시장의 대학살로 불릴 만큼 가파르게 진행됐다. 당시 연준은 불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3%에서 6%로 인상했다. 1994년부터 갑자기 빨라진 경제 회복에 지레 겁을 먹은 탓이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수준이 2000년대 초까지 지속됐고 언제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같은 기간 중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은 4%대, 물가는 2%대, 실업률은 3%대에 안정을 보였고 기업실적은 급성장했다. 주식시장도 대호황을 맞았다.



당시 미국경제의 이례적 호황 이면에는 IT의 급성장이 있었다. 1980년대 PC혁명을 거쳐,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의 보급은 당시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전자상거래를 가능하게 했고 기업들의 업무가 전산화되면서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1999년 미국 상무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실질경제성장에 대한 컴퓨터 및 통신부문의 기여도가 1994년 13%에서 1998년 24%까지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정보기술산업의 중요성을 확인해 줬다.

설비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당시 막대한 투자를 이끌었던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 등 정보기술 관련 기업이 주축이었다. 기업들의 생산성 개선과 투자 확대는 자연스럽게 고용창출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하락을 유도했고 당시로서는 불가피했던 인플레까지도 억제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현재 디지털전환이라는 말보다 인공지능(AI)전환이라는 용어가 더 어울릴 정도로 AI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연관된 산업과 대표 기업들의 성장세가 급격하다. 30~40%의 성장이 아니라 매 분기 100%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과 AI 반도체를 독점한 엔비디아의 놀라운 실적과 막대한 투자는 미국 경제를 침체가 아니라 호황으로 수정해야 하는 현실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PC, 인터넷, 스마트폰, 클라우드로 연결된 산업의 새로운 진화가 인공지능 산업으로 수렴되고 그 발현을 시작하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다소 산만하게 펼쳐졌던 수 많은 기술들이 인공지능으로 융합되면서 그 발전의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만들고 있다. 30년 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2020년대에는 그 변화가 가져다 줄 수 많은 기회 중에 적어도 하나는 잡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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