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와 각종 탱크를 생산하는 국내 방위산업 업체 현대로템은 2008년 튀르키예와 ‘흑표 전차(K2 Black Panther)’ 생산 기술 이전 계약을 맺는다. 이 계약은 전차 강국인 독일을 제치고 따낸 수출 계약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수년 뒤 ‘알타이 전차’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튀르키예의 신형 탱크는 흑표 전차를 완전히 빼다 박았고 국내 방산 업계 관계자들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당시 현대로템과 튀르키예 업체 간 계약은 양산형 모델을 개발해주는 조건이 아니라 전차 설계 지원 및 기술 이전에 국한된 것이었는데 튀르키예가 이를 어기고 복제품에 가까운 탱크를 개발한 것이다. 한국이 K2 전차의 원천 기술을 헐값으로 튀르키예에 넘겨주고 수출 경쟁자까지 키워준 꼴이 됐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결국 튀르키예가 알타이 전차를 유럽 각국으로 수출하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할루크 괴르귄 튀르키예 방위산업청장은 “알타이 탱크 양산을 시작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과의 협상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어 괴르귄 청장은 “튀르키예 방산 업체 베메제(BMC)가 만들고 있는 알타이 전차의 성능이 현대전 환경에 맞춰 개선되고 있다”며 알타이 전차 수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알타이 전차는 아직 뚜렷한 수출 성과가 없다. 튀르키예는 사우디아라비아 육군의 전차 교체 사업에서 알타이 전차 수출 양해각서(MOU)를 맺고 수출에 성공한 것처럼 자랑했지만 무산됐다. 2018년 오만에서는 알타이 전차 수출을 위한 주행 시험 도중 엔진이 꺼진 일도 있었다. 반면 K2 흑표 전차는 폴란드와의 방산 계약으로 1000대에 가까운 수출 계약을 따냈고, 루마니아에서도 대규모 수출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높다. 알타이 전차의 K2 전차 베끼기는 한국 방위산업의 우수성과 허술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7년까지 한국을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알타이 전차를 반면교사로 삼아 방산 전략을 치밀하게 가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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