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차별화되고 있다. 브라질 등 남미를 비롯한 일부 신흥국은 선제적으로 시행했던 통화긴축을 되돌리고 있고 스위스, 스웨덴과 같은 유럽의 소규모 국가들도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유로존(ECB)이 6월 금리 인하 시작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며 영국과 캐나다는 3분기 초에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양호한 경기 여건과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빨라야 9월에나 금리 인하가 가능해 보이고 주요국 대비 금리를 덜 올렸던 한국은행은 10월에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이 덜 잡힌 호주와 뉴질랜드는 연말에서 내년초 정도로 인하 시점이 지연될 전망이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성격은 다음과 같이 분류해 정의 내릴 수 있다.
첫째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이다. 경기 침체는 사전적인 의미로 2개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역성장을 의미한다. 공식적인 침체에 대한 판단은 미국의 경우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경기순환위원회, 한국은 통계청 국가통계위원회에서 사후적으로 내리게 된다. 통화정책 대응은 상당 규모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동반한 유동성 공급이 이뤄진다. 따라서 기준금리는 0~1%대의 초저금리로 회귀하게 된다. 2001년 IT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경제 및 금융위기 상황이 사례가 된다.
둘째 보험성 인하이다.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이상까지 높여 놓은 상황에서 향후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질 경우 중앙은행은 예방적, 보험적인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 있다. 통화정책은 통상 2~3회(50~75bp) 수준의 완만하고 제한적인 금리 인하 이후 한 동안 금리를 동결하며 관망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을 기준으로 예를 들면 1995년 멕시코 외환위기,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2019년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실질 기준금리 조정이 있다. 경기 우려가 크지 않은 가운데 과도한 통화 긴축이 장기간 이어짐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해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안정된 것을 감안하고 실질금리를 조정하는 경우이다. 이 때 통화정책은 1~2회(25~50bp) 수준의 매우 느리고, 보수적인 금리 인하 이후 상대적인 고금리가 한동안 유지되게 될 것이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는 인식에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위 세 분류 중에서 실질 기준금리 조정 논거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상 경기 무착륙(no landing) 흐름 속에 보험성 인하마저 불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높아진 중립금리와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대선 등 정치 관련 이벤트들이 이어질 것이며 기준금리는 당분간 빠르게 낮아지기 어렵다. 시장금리는 이러한 달라진 여건을 반영해 당분간 과거 대비 높은 수준에서 제약적인 등락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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