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다음 달 7일 파업을 강행하면 삼성의 반도체 공장 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셧다운’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천재지변과 맞먹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파업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대외적 이미지까지 실추되면서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29일 업계에서는 전삼노가 하루 동안 파업에 돌입한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이 셧다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제조 특성상 24시간 동안 생산 라인이 멈추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반도체는 한 개의 완성된 칩을 만들기 위해 3~4개월 동안 수백 가지의 공정을 거친다. 이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잠깐이라도 멈춘다면 그 사이 오염 물질이 묻은 웨이퍼를 폐기해야 하는 위기 요인을 안고 있다.
이런 탓에 반도체는 천재지변이나 화재·정전 시 수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올 4월 TSMC는 대만 동부 화롄현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으로 반나절가량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부분적인 설비 손실로도 6000만 달러(약 810억 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 2022년 화롄 지진 당시에도 TSMC는 만들던 웨이퍼를 전량 폐기했을 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 2019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은 28분간 정전으로 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엔지니어들이 이탈, 파업에 참여해 공장 셧다운이 일어난다면 웨이퍼 폐기가 불가피하고 하루 동안에도 막대한 손실은 피할 수 없다. 2019년의 평택사업장 정전 사태를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한 개의 사업장이 하루 셧다운되면 약 2조 4000억 원의 손실액이 발생한다. 지난달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13조 5900억 원)의 17.6%를 차지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극단적으로 비교하면 이번 파업 선언은 TSMC를 뒤흔들었던 지진 사태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파업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이미지 손상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반도체메모리 이외 고객사의 칩을 대신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파업으로 칩 납기가 미뤄지면 곧바로 고객사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김 전문연구원은 “파운드리 업체는 무엇보다 신뢰성이 중요한 사업”이라며 “자연재해 등 불가항력적인 문제가 아닌 파업 때문에 공장이 셧다운된다는 것은 사업적 측면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삼노의 파업 결의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3.09% 떨어진 7만 5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상승 출발해 7만 8200원까지 터치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파업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 전환했다. 실제 파업이 현실이 되면 주가의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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