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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계속 오르는 자산은 없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최근 많은 연금 자금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리고 있다. S&P500지수는 미국 500대 대기업의 주가 시가총액을 기반으로 하는 주가지수로 미국 증시의 약 80%를 대표한다. 연금 가입자들이 S&P500지수에 투자하는 이유는 최근 10년 간 연 평균 약 11% 이상 강력한 성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변동성을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하는 지수의 그래프를 보면 ‘든든한 믿음’이 생기기 쉽다. 이럴 때일수록 기억해야 할 것은 ‘계속 오르는 자산은 없다’는 사실이다. S&P500지수가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 대상이지만 가격이 많이 오른 자산은 조심해야 한다. 특히 50~60대 퇴직연금을 받아서 운용하기 시작한 퇴직자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퇴직 직후 수익률에 따라 연금 자산의 고갈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장기간 상승하다가 급락한 사례는 여럿 있다. 로저 G. 입보슨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등이 쓴 ‘주식 채권 국채와 인플레이션’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에서 2000년 인터넷 버블 붕괴까지 20% 이상 폭락한 경우는 총 17차례에 달한다. 1929년 1차 대공황으로 인해 실질가치의 79%까지 잃었고 이를 회복하는 데 5년 이상 걸렸다. 2000년 인터넷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복합적인 폭락의 영향으로 미국 주식시장의 실질가치는 2000년에서 2009년까지 54% 정도 하락했다.



1929년 10월 주식시장 버블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주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하지 않을 고지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피셔는 근대 경제 이론의 개척자로서 명목 이자율과 물가상승률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 ‘피셔 방정식’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으로 큰 손실을 입고 개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똑똑한 전문가인 피셔 만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오르면 계속 오를 거라고, 떨어지면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탐욕과 두려움의 사이클을 이해해야 한다.

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이자 세계적인 작가인 모건 하우절은 최근 신작 ‘불변의 법칙’에서 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믿음이 낳은 똑똑하고 합리적인 행동이 자산가격을 높이고 그렇게 높아진 자산가격이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안정성이 불안정성을 낳는다고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자산 가격이 오랫동안 높게 형성돼 있다면 그만큼 민감해진 상태로 아주 작은 사건이나 변화로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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