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정통 공산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개인주의와 우상화를 배격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사뭇 다른 길을 걷는 것도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며 다수의 사진을 22일 보도했다. 특히 관심을 모은 사진은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에 김정은 위원장의 초상화가 그의 할아버지와 부친인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나란히 배치된 것.
그간 김정은 위원장의 초상화만 별도로 보도된 적은 많았지만,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같은 반열로 내걸린 것이 보도돼 파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간부학교 교실 내부가 소개되면서 칠판 위에도 김씨 일가 3명의 초상화가 함께 배치된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사진들은 대외용인 중앙통신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공개됐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16일에도 김 위원장의 중앙간부학교 완공 현장 방문을 보도하며 다수의 사진을 송고했는데, 이때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만 포착됐을 뿐 김정은의 초상화는 없었다. 이 때문에 당시 김 위원장의 현장 방문 후 그의 초상화를 김일성·김정일과 함께 내걸어 당 중앙간부들의 충성도를 높이기로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전문가들은 2012년 집권한 김정은이 체제 출범 10년을 넘기면서 선대 최고 지도자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강조하기 위해 우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한편 혁명사적관 맞은편 건물에는 사회주의 이론의 근간을 세운 사상가인 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의 대형 초상화도 내걸려 있다. 마르크스·레닌 초상화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초상화가 마주 보고 있는 구도다.
마르크스와 레닌주의를 계승 발전시켜온 것이 김일성의 주체사상인데 북한의 주체사상이 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며 공산주의를 한층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개인주의와 우상화, 세습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북한도 상당히 고민스러운 대목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