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장 시절 무도한 정권과 싸울 때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응원해줬습니다. 이제 제가 할 차례입니다.”
한국노총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연 노동절대회에서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연단에 올라 한 발언의 일부다. 이날 노동절대회에는 전 당선인을 비롯해 10여 명의 민주당 당선인이 일종의 한국노총 지지 선언을 이어갔다. 일부 당선인은 “(정권이) 겁이 없다” “맞서 싸우겠다” 등 강도 높은 정권 비판 목소리를 냈다.
4·10 총선 이후 노동계가 가장 큰 규모로 연 이번 노동절대회는 정권 퇴진 구호가 난무한 정치 집회를 방불케 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지원을 약속받은 노동계는 앞으로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펴나갈 방침이다.
제1노총인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노동절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집회는 서울 집회 참가자만 주최 측 추산 약 2만 5000명이다. 민주노총은 전국에서 8만여 명이 참가한다고 예고했다.
정권 출범 이후 줄곧 정권 퇴진을 외친 민주노총은 이날도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 2년, 노동자의 삶은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며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반성하지 않고 노조 혐오와 노동 탄압으로 착취를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는 윤석열 정권을 두고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연 노동절대회에서 “정부는 최저임금 차별 적용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면서 “사회안전망인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정부 투쟁을 펼칠 뜻을 밝혔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 여러 노동 입법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집회는 현장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양 위원장의 연설 도중 한 남성이 4·10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진보당이 동참한 것을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노총 집회에는 연대를 약속했던 진보 정당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총선에서 친노동 정당을 지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손’을 들었다. 이날 민주당 당선인들이 한국노총 집회에 대거 참석한 배경이다.
노동절대회를 기점으로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 수위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과 달리 한국노총이 참여했던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의 사회적 대화는 멈춘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최근 정부 없이 노동계와 경영계 간 사회적 대화까지 검토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내부적 비판에 직면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지난달 4·10 총선 보고서에서 “민주노총은 지난해 정치 방침과 총선 방침을 통해 진보 정치 세력 단결과 도약을 추진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진보 정치 세력의 연대·연합 논의에서 민주노총은 주변부로 밀려났다”며 다시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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