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충구이(窮鬼)’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충구이는 거지·가난뱅이 등 궁한 사람을 뜻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투명한 경기 전망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저가 식사를 의미하는 충구이 메뉴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외식 업체인 난청샹은 최근 3위안(약 570원)에 죽·두부·두유 등 7가지로 구성된 조식을 내놓았다. 맥도날드는 ‘1+1 세트’를 13.9위안(약 2600원)에 선보였다. 이케아는 금요일마다 일부 음식의 가격을 절반 할인한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충구이 요리법을 공유하는 글이 넘쳐 난다. 지난해 중국에서 폐업한 음식점은 약 136만 개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 1분기 문을 닫은 요식 업체는 45만 9000곳으로 전년 동기보다 232.6% 급증했다. 반면 1분기 문을 연 요식 업체는 73만 1000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4% 감소했다. 그럼에도 식당 개업이 폐업보다 많은 것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청년층(만 16~24세)의 실질 실업률이 4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청년 실업률은 15.3%였지만 중국 당국이 올해부터 학생·취업준비생을 제외한 ‘실제 구직자’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잡는다는 점을 감안한 수치다. 현재 중국에서 명문대와 대학원을 나오고도 노는 경우가 흔하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이른바 ‘묻지 마 폭력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떡 진 머리에 파자마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출근하는 모습이 유행한다.
중국 경제의 침체로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도 지난해 6월부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급기야 올 1분기 대중 수출(309억 달러)은 대미 수출(310억 달러)보다 근소하게 뒤처졌다. 이는 2003년 2분기 이후 21년 만이다. 지난해 1.4% 경제성장률에 그친 우리나라는 중국이 기침을 하면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았다. 따라서 이제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와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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